현재 역사학계의 거장 중 한 사람으로 미국의 폴 케네디 교수가 있습니다. 현재 예일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세계적인 역사학자입니다. 1년 반 전에 EBS에서 '위대한 수업 - Great Minds'라는 역대급 시사교양 프로그램서 강의를 진행한 저명한 교수 중에서도 폴 케네디 교수가 있었습니다.
그가 펴낸 <제국을 설계한 사람들>(Engineers of victory, 2013), <전쟁과 평화의 대전략>(1991) 같은 책들도 걸작이지만, <강대국의 흥망>(1987)이 대작이 아닐까 합니다.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0세기 100대 도서 중 사회 분야 책 20선 안에 들기도 했고요. 워낙 유명한 책이라 아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필자도 고등학교 3학년 끝나고 읽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그 때는 역사에 깜깜이라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아서 작년에 다시 읽어보고 지금 블로그에 언급하는 것입니다. 사실 지금도 역알못이라고 해도 유구무언이지만요.
위에 필자가 링크한 EBS 홈페이지에서도 폴 케네디 교수는 강대국의 흥망을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EBS에서 로그인을 하면 보실 수 있고요.
이 책은 1500년부터 500년 동안 강대국이 어떻게 번성하고 쇠퇴했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국가의 경제력, 군사력, 기술과 정치 시스템 등이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는지 철저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1500년 근대 국가가 발흥하고 한 시대를 대표한 강대국이 대상입니다. 합스부르크 왕조, 영국, 프랑스, 러시아~소련, 미국 등이 있습니다. 물론 독일과 스페인 등 다른 유럽국가들과, 오스만 제국과 명나라 등 다른 세계 최강국에 대해서도 조명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국가의 경제 규모가 거대하다고 해도, 군사력의 비중이 과하면 몰락의 씨앗이 된다. 이 점을 책에서는 계속 강조하고 있습니다. 초강대국이거나 초강대국에 근접한 강대국이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책에서 나와있는 몇 가지 표도 보기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책에서 자세한 데이터를 함께 내세우면 신빙성이 높고 흥미롭게 여깁니다. 19세기 중후반 영국은 1인당 국민소득을 다른 유럽 국가들과 차이를 벌리고 있고, 20세기 초반 미국의 철강생산량 같은 지표도 나와 있습니다. 전쟁이 터지면 참전한 국가는 병력을 급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도 되새겼습니다. 30년 전쟁에서 프랑스, 스페인, 스웨덴 등이 그랬고 스페인 왕위계승전쟁에서는 영국도 육군을 늘렸습니다.
이 책의 백미는 산업혁명입니다. 산업혁명이 유럽 국가들(특히 영국)의 경제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압연법 등 제철 기술과 그 유명한 증기기관으로 제철 생산은 비약적으로 상승했습니다. 책을 통해 알게된 게 비단 기술 개발이 끝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진행된 식민지 확장으로 얻은 자원과 노동력, 무역의 발달, 시민 혁명을 통한 상업 활동의 촉진과 사유재산의 보장, 토지를 더욱 효율적으로 이용하게 되는 16세기부터 이루어진 인클로저 운동 등 여러 가지가 맞물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여담이지만 1980년대에 나온 고전 도서 폴 케네디 교수가 당시 21세기를 바라본 관점과 현재 21세기와 차이가 나고, 그 때 미국의 과하게 확장하는 걸 다소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일본의 경제를 과대평가 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예측이야 누구나 어긋날 수도 있죠.
지리적인 위치도 패권을 결정짓는 요소입니다. 섬인 영국과 다르게 프랑스는 주변국과 직접적으로 마주하고 있어 많은 육군을 투자해야 했고, 스페인도 16세기 후반 ~ 17세기 초반 쯤 병력이 네덜란드나 이탈리아나 지중해로 분산되어 있어서 힘을 한 곳에 집중할 수 없었습니다.
책에서 16세기부터 다루고 있으니 유럽을 중심으로 한 근대사와 세계사에 관심있는 분들에게도 이 책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오래된 책이라는 걸 감안해야 하지만, 당시 국가들의 경쟁구도와 외교관계를 공부할 수 있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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