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olympics.com/en/news/chicago-marathon-2023-kiptum-smashes-kipchoge-world-record-sifan-hassan
1위: 2시간 35초(켈빈 킵툼 - 2023년 시카고 마라톤)
2위: 2시간 1분 9초(엘리우드 킵초게 - 2022년 베를린 마라톤)
3위: 2시간 1분 25초(켈빈 킵툼 - 2023년 런던 마라톤)
4위: 2시간 1분 39초(엘리우드 킵초게 - 2018년 베를린 마라톤)
5위: 2시간 1분 41초(케네니사 베켈레 - 2019년 베를린 마라톤)
6위: 2시간 1분 53초(켈빈 킵툼 - 2022년 발렌시아 마라톤)
스포츠에서 젊은 나이부터 두각을 드러내는 선수는 많았지만, 마라톤의 킵툼은 그 어떤 경우와도 한 차원 높다고 확신합니다.
케냐의 켈빈 킵툼이 2023년 시카고 마라톤을 우승했습니다. 그는 올해 런던 마라톤에 이어 시카고 마라톤까지 제패하면서 마라톤 메이저 대회 2회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작년 발렌시아 마라톤에도 우승했으니 개인 커리어 3연승입니다.
무엇보다 2시간 0분 35초로 작년 킵초게가 세운 기록을 34초나 앞당겼습니다. 마라톤 역사에서 2시간 1분 이내로 완주한 건 킵툼이 최초입니다. 그것도 베를린 마라톤이 아니라 시카고 마라톤에서 달성한 기록이라 더욱 가치가 높습니다. 시카고 마라톤은 시내 코스 방향이 90도로 꺾이는 구간이 많아 베를린 마라톤에 비해 난이도가 높습니다. 마라톤 신기록도 21세기에 시카고 마라톤에서 경신된 적은 없습니다. 기록이 바뀐 적은 베를린 마라톤에서 8번, 런던 마라톤에서 1번만 있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번 대회에서 킵툼은 전 대회 우승자이자 같은 케냐 선수인 벤슨 킵루토와의 경쟁에서 3분 37초 차이로 따돌리면서 압도적으로 우승했습니다. 세계 신기록이라 당연히 시카고 마라톤 기존 기록도 갈아 치웠습니다. 2013년 데니스 키메토가 세운 2시간 3분 45초에 비해 3분 10초나 빠른 기록을 작성했습니다.
이로써 킵툼은 마라톤 첫 도전에 바로 우승하고 2시간 2분 이내의 기록을 수립하고, 그 다음에 당시 기준으로 역대 2위의 기록으로 런던 마라톤 제패, 6개월 뒤 시카고 마라톤에서 역대 최고의 기록까지 세웠습니다.
이 선수는 99년 12월 생으로 이제 겨우 23살의 나이입니다. 마라톤이 30대 중반까지 롱런할 수 있다는 걸 감안하면 앞으로 킵툼이 우승을 산처럼 쌓아올릴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올해 보스턴 마라톤 우승자 에반스 체벳은 88년생이고, 윌슨 킵상도 30대에 메이저 대회를 5번이나 제패했고, 레전드 오브 레전드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도 육상 트랙 종목(특히 10,000m)을 전문으로 하다가 30대에 마라톤으로 전향해서 베를린 마라톤을 4연속 제패했죠. 킵초게야 30대 내내 전성기고 현재는 불혹에 가까운 나이고요.
최연소이자 10대에 테니스 연말 랭킹 1위를 세운 카를로스 알카라즈, 몇 년 전 첫 풀시즌에 5000 패싱야드 + 50 터치다운을 세운 패트릭 마홈스, 지금은 완전 유리몸이 되었으나 데뷔 시즌에 10 war을 세웠던 10여년 전 마이크 트라웃, NBA에서 4연속으로 퍼스트팀 달성한 루카 돈치치, 당장 축구에서 음바페와 홀란드 등 종목별로 '앙팡 테러블'을 봤지만 킵툼 만큼의 경이로운 퍼포먼스는 본 적이 없습니다.
킵툼이 앞으로 '서브 2'를 달성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당장 올해에 시카고 마라톤이 아니라 베를린 마라톤에 나갔으면 2시간 이내로 들어왔을테고요.
이번 세계신기록 수립은 또다른 지배자의 대관식을 전 세계에 알린 역사적 사건입니다. 킵초게가 세웠던 올림픽 2연패 + 6대 마라톤 11회 우승 + 메이저 마라톤 대회 9회 연속 우승 등 기존 GOAT가 세웠던 모든 기록을 갈아치워도 이상하지 않을 것입니다.
내년 파리 올림픽에서 두 명의 황제가 온전한 컨디션에서 세기의 대결을 펼쳤으면 좋겠습니다. 킵초게의 3연패로 옥좌 수성인가, 킵툼이 하늘 아래 태양은 하나뿐이며 새 시대의 선포인가가 달렸습니다. 일단 주관적인 예상으로는 킵툼에게 기울어지기는 한데, 킵초게가 필자의 기대치보다 더 많은 우승을 거머쥐는 걸 보고 혹시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마라톤 분야에서 케냐나 에티오피아 선수들을 보면 중국 탁구가 떠오릅니다. 한 종목을 지배하는 그들의 패권이 앞으로도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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