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4강 두 경기 간단한 소감
이제 마지막 매치만 남았습니다. 4강 1경기에서는 WBG(이하 웨이보)가, 2경기에서는 T1(이하 티원)이 각각 BLG와 JDG를 누르고 결승에 올라왔습니다. T1 경기력이야 충분히 JDG를 누를 수 있다고 봤는데 WBG의 업셋은 놀랍습니다. 스위스 스테이지에서 같은 리그의 내전 매치에서는 시드 높은 쪽이 이기는 걸 계속 봐왔고, 빈이 슈퍼 캐리하고 있어서 더샤이가 감당 못할 줄 알았는데 그 반대가 되었습니다.
빈도 빈이지만 슌도 자르반이 집중 밴되니 폼이 심각했습니다. BLG의 다른 세 선수는 전체적으로 할만큼 했지만 엘크와 온은 5세트의 아쉬움이 두고두고 남을 것 같네요. 웨이보는 이긴 3세트 중에 두 세트는 더샤이가, 마지막 세트는 샤오후가 승리를 가져오면서 진짜 클래스를 입증했습니다.
JDG와 티원의 경기는 전라인 티원의 승리였습니다. 굳이 따지면 탑과 미드 차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더욱 차이가 났습니다. 미씽도 라칸 밴 + 메타 숙련도에서 2세트 빼고 케리아에게 완패했고, 카나비는 3세트 중반부터 던지는 모습이 자주 나왔고, 룰러는 번뜩이는 모습을 꽤 보여줬지만 구마유시와의 대결에서 패배한건 마찬가지였습니다.
369는 럼블이 안 되고, 나이트 아지르 못 하는 거야 유명하고 오리아나 플레이도 실망스러웠습니다. JDG 선수들은 3세트가 천추의 한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밴픽 시작부터 앞섰고 바론 버프 잡고 있는 상황에서 페이커가 슈퍼 울트라 캐리 플레이를 할 줄은...
2. 결승 대진: WBG(웨이보) vs T1(티원) 확정
그렇게 우승팀은 웨이보와 T1 중 하나로 예정되었습니다. 이름값으로 보면 손에 꼽을 만 하네요. 한 쪽에는 더샤이와 샤오후와 크리스피, 반대쪽에는 GOAT 페이커를 비롯한 제오페구케가 있습니다. 페이커는 GOAT는 물론이고 인기로도 따라올 전세계 독보적인 존재고, 더샤이도 LPL 최고 인기 스타죠.
시즌 도중을 생각하면 어떻게 두 팀이 여기까지 올라왔나 싶네요. 페이커가 손목 통증으로 빠질 때 티원 상태는 최악이었고, 제우스와 페이커와 케리아는 아시안게임 일정까지 소화해야 했죠. 웨이보는 말할 것도 없죠. 티원이야 준우승이라도 계속 했지 이 팀은 스프링, 서머 모두 5위 - 6위에 선발전도 가장 낮은 시드부터 시작했죠.
3. 슈퍼팀은 월즈 우승을 할 수 없는 걸까?
이번 JDG가 결국 4강에 그치면서 결국 LOL 판에서 단일 시즌 골든로드(그랜드슬램)는 미션 임파서블로 보입니다. 메타가 주기적으로 바뀌니, 스프링 + MSI + 서머 + 월즈를 한 시즌에 다 우승하는 건 극악의 난이도죠. 4시드가 연속으로 결승에 진출하고 이변이 많아져서 독주하기 쉽지 않고요.
JDG는 올해 나이트와 룰러를 보강하면서 대권 도전을 노렸는데, 작년에 이어 또 티원에게 가로막혔습니다. 4강 직후 감독 옴므가 떠난다고 하는데 이 팀과 선수들에게 위기가 닥쳤습니다. 아무튼 LOL 판에서 슈퍼팀이 월즈까지 차지하는 건 앞으로 볼 수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 JDG, 반지원정대로 불렸던 몇 년 전의 젠지, 칸 영입한 20 FPX, 카사 재키러브 영입한 20 TES, 19년 G2와 티원, 대퍼팀이라는 별명의 17 KT 등등 다 실패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갑작스러운 메타 변화나 이에 따른 챔프폭으로 특정 선수 폼이 이상해질 수도 있고, 예전에 만난 팀원 덕분에 이름값만 높지 실제 실력은 한참 이하인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적응 문제나 새로운 팀원 간의 팀플레이 문제 등등 돈을 써도 성적을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4. 샤오후 vs 페이커 - 천적 관계의 재발? 상큼한 복수?
샤오후가 출전한 7번의 월즈에서 페이커는 악몽 같은 존재였습니다. 16월즈 8강, 17월즈 4강, 19월즈 조별리그(단판 매치 2개), 22월즈 8강에 이어 다시 만났습니다. 저 매치 대부분에 미드 차이가 절실했죠. 첫 만남이었던 16 MSI 때는 샤오후가 아지르나 르블랑 잡고 잘했는데 그 이후 월즈에서는 실망스러운 모습이 많았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4강 5세트 빼면 한숨 나오는 경기력의 연속이었고요.
반면 페이커는 8강과 4강 에이스로 캐리하면서 전성기 못지 않은 실력을 뽐내고 있습니다. 이 판의 GOAT를 넘어, 'Greatest E-sports player ever'가 확실한 이 선수는 LOL E스포츠가 망할 때까지 정상에 군림할 모양새인 듯 합니다. 한 인물이 다 해결한다는 식의 영웅사관 좋아하지는 않는데 진짜 페이커는 예외입니다.
미드 차이 뿐만 아니라 모든 라인의 차이가 T1 쪽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더샤이가 4강에 진짜 잘했지만 결승에서 저점이 떠도 놀랍지 않고요. 웨이보가 우승하려면 샤오후와 웨이웨이가 서머 플옵 ~ 선발전 폼으로 돌아오고 양대인 감독이 판짜기를 마련해 오는 등 if가 정말 많이 붙어야 하는데, 진짜 우승하면 작년 DRX 이상의 이변입니다.
샤오후는 스프링, MSI, 서머 타이틀이 있지만 월즈만 없습니다. 이 선수는 새 팀에 둥지를 만든 시즌에 처음으로 월즈 결승까지 왔습니다. 그것도 선발전의 가장 낮은 시드부터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고요. 딱 작년 데프트 케이스와 똑같은데, 진짜 기적을 이루면 샤오후 위상이 어마무시하게 높아질 듯 합니다. 더샤이도 마찬가지고요.
5. 결과에 따라 달성하는 기록과 깨지는 징크스
웨이보 우승 시
- 11년 만에 월즈 우승 미드라이너가 비한국인이 됩니다.
- 페이커의 LPL 매치 5전제 불패 기록이 깨집니다.
- 샤오후는 그랜드슬램 커리어를 달성하게 됩니다.
- 더샤이와 크리스피는 각각 18년 IG, 19년 FPX에 이어 서로 다른 두 개의 팀에서 모두 월즈를 우승하게 됩니다.
티원 우승 시
- 페이커는 월즈 4회 우승으로 단독 1위에 등극하고, 월즈 최고령 우승자가 됩니다.
- 2014년 삼성 화이트 이후 9년 만에 개최지 지역 팀이 트로피를 들어올립니다.
- 제오페구케 모두 작년 준우승 멤버였기에, 로열로더(본선 대회 첫 도전에서 바로 우승)가 등장하지 않는 유일한 월즈가 됩니다.(웨이보 우승하면 웨이웨이가 로열로더)
- 2016 ~ 2017 삼성 갤럭시처럼 T1은 작년 준우승팀이 그 다음해 우승하는 기록을 남깁니다.
티원 우승을 기원하고 무난하게 3:0으로 이길 것 같지만, 그래도 웨이보가 결승에 올라온 만큼 저력을 보여줘서 너무 싱겁게는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웨이보 vs 티원 2023 월즈 결승 - 11월 19일 일요일 오후 5시 서울 고척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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