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sports.news.naver.com/news?oid=481&aid=0000006175
오늘 새벽에 일어나서 네이버 중계로 권순우 선수와 독일의 쾨퍼 선수의 2라운드(64강) 경기를 2세트 중반부터 봤습니다. 스코어보드에 1세트를 내준 걸 보고 살짝 탄식했지만 2세트를 타이브레이크 접전 끝에 획득하는 걸 보고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3세트에서 5-0으로 완전히 밀리는 듯 싶었지만 상황을 반전시키며 타이브레이크까지 끌고 나갔죠. 하지만 아쉽게 대역전극까지는 만들지 못해서 세트 스코어 2:1이 되었고, 4세트, 5세트는 서로 주고 받아서 아깝게 석패했네요. 네트 포인트 싸움에서는 앞서나갔으나 전체적인 실책(에러)이 잦았고 브레이크 포인트 획득에서 밀린 게 패인이었다고 봅니다. 그래도 이겨서 3라운드까지 갈 수 있었는데 아쉽네요.
테니스는 개인스포츠 중 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종목일 것입니다. 하지만 큰 돈을 벌어들이는 선수는 극소수 중에서도 극소수입니다. 물론 스포츠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종목이 어디있겠습니까만, 골프와 비교해봐도 차이가 큽니다.
(자료 출처는 2015년 한겨레 기사인 <ATP 선수는 ‘큰돈’ 버는줄 아시죠?>입니다. 2015년 자료이지만 지금도 딱히 달라지는 건 없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골프도 그렇고, 사이클만 해도 선수가 팀에 소속되어 최저 연봉(38,000유로)은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테니스는 유럽에서 대부분의 대회가 치러지는 사이클에 비해 아메리카 <-> 아시아 <-> 유럽 등 각 대륙을 돌아다녀야 해서 체류비 같은 투어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듭니다. 무엇보다도 그 수많은 선수 가운데 랭킹이 100위 안으로 들지 못하면 야구의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급 차이가 납니다. 100위 바깥으로 밀려나면 뒷받침해주는 스폰서가 있거나, 원래 유복한 생활을 누리지 않는 이상 생활이 정말 힘들어집니다.
랭킹 100위 안에 드는 모든 선수에게는 모든 투어 대회(그랜드슬램, ATP 1000, 500, 250) 출전이 보장되고, 예선이 면제되어 1라운드 시드를 받습니다. 위의 표는 이번에 진행되는 윔블던 상금인데, 1라운드 출전만 해도 세전 48,000 파운드(우리나라 돈으로 7,500만원)을 받습니다. 2라운드까지 올라간 권순우 선수는 세전 75,000 파운드를 받게 되어 ATP 투어 생활을 어느정도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본선 진출권 이외에도 마치 메이저리거처럼 대회가 열리는 도시에 위치한 훌륭한 호텔에서 식사와 숙박을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 번 끝난 프랑스 오픈의 경우 파리의 호텔에서 충분한 식사를 누릴 수 있는 셈이죠. 참고로 현재 권순우 선수는 랭킹 71위입니다.
하지만 그 이하 선수들은 예선전을 뚫어야 하고, 본선에 올라갈 때까지 숙박과 식사를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또한 예선을 통과하려면 예선전 3세트 경기를 3연속으로 이겨야 하는데, 본선에 올라가도 이렇게 녹초가 된 상태에서 강자와 싸워야 합니다. 본선 128강 중 예선 통과자에게 주어진 자리는 16자리 뿐입니다. 그래서 랭킹 100위 안에 드느냐가 테니스 선수에게는 진짜 중요합니다.
심지어 랭킹 50위 ~ 100위 등의 선수들도 상금에서 세금 공제하고, 코치 고용비, 항공비 비용을 떼면 넉넉한 생활을 영위하기는 힘듭니다. 반면 페더러 - 나달 - 조코비치 현대 테니스 3대장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치치파스 - 메드베데프 - 즈베레프 넥젠 3인도 랭킹 10위 안에 들고 차세대 선수로 주목받고 자국에서 명성이 높을 것입니다. 실제로 페더러는 스폰서 수입이 어마어마해서 포브스가 선정한 스포츠 선수 브랜드 가치에서 1위~2위를 다투고, 단순 스포츠 선수 수입 순위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들고 있죠.
https://en.wikipedia.org/wiki/2009_ATP_World_Tour
https://en.wikipedia.org/wiki/2019_ATP_Tour
덧붙여 테니스 대회 상금이 지난 10여년간 전체적으로 높아지기는 했지만, 그랜드슬램 - ATP 파이널(왕중왕전) - ATP 1000에 쏠려 있습니다. ATP 250 대회는 아주 미미하게 올라갔습니다. ATP 500 대회만 해도 랭킹 25위권 선수들이 결승 대진을 구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간혹 페더러가 스위스 대회에 나오고 나달이 스페인 대회에 출전하면 하위권 선수들에게는 한숨이 나오죠.
필자는 스포츠 팬으로서 손흥민을 비롯한 해외 스포츠에 도전하는 한국 선수들을 대부분 응원하는 편입니다. 테니스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비인기 종목이고 골프와 달리 한국 스포츠계에서는 미개척 지대이지만, 권순우 선수의 계속되는 도전을 앞으로도 응원할 것입니다.
권순우 선수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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