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즈 스위스 스테이지가 끝나고 다들 익숙한 8강 싱글 엘리미네이션 토너먼트를 앞두고 있습니다. 사흘 뒤인 11월 2일 목요일부터 8강 경기가 있습니다. 어떤 팀이 우승해도 새로운 역사, 새로운 기록이 작성되고 우승팀은 서울 고척돔에서 소환사의 컵을 들어올리게 됩니다. 몇 가지 하고 싶은 내용을 포스팅하고 8강 예산을 해보겠습니다.
1. G2와 DK
탈락팀 중에 기대를 받은 G2와 DK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스위스 스테이지에 총 52경기 진행되었고 젠지는 가장 적은 4경기로 유일한 전승팀으로 8강 진출, G2는 가장 많은 11경기를 치르고 떨어졌습니다. G2는 대회 초반에 DK와 WBG를 제압하고 기세를 올렸습니다. 젠지에게 완패할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는데 어처구니 없이 NRG에게 참패하면서 대차게 꼬였고, 어제 BLG와의 단두대 승부에서 어처구니 없이 떨어졌습니다.
가장 못한 선수는 BB지만 야이크와 한스 사마도 실수가 잦았습니다. 명불허전인 캡스와 유럽 MVP인 미키엑스가 어제 BLG 전에도 클래스를 입증했지만, NRG라는 천우신조의 기회를 졌잘싸도 아니고 처참한 경기력으로 내준 점에서 충격이 클 듯 합니다.
DK는 첫 경기 G2 상대로 패배하며 출발이 좋지 않았고, KT 상대로 0승 3패를 당하며 동양권 8팀 중 유일하게 시즌을 마감했습니다. LCK와 LPL 상위 시드를 이길 만한 팀이 아니었어요. 즉 전체적으로 팀 체급이 낮아졌다고 생각하고, 책임은 5명 골고루 있습니다. 캐니언과 쇼메이커는 21년 이후로 기량이 계속 내려오고 있고(특히 쇼메), 데프트 라인전도 제대로 풀리지 않으니 이런 결말을 맞이했습니다.
데프트야 이제 마지막이라고 쳐도 캐쇼 듀오는 어디로 갈지 모르겠네요. 연봉 문제도 있어서 둘 중 한 명은 팀을 떠나면서 이별할 것 같은데, 두 선수가 은퇴하지 않고 내년에도 롤판에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2. 각 리그별 상황(LEC 전멸...)
LCK 3팀, LPL 4팀, 그리고... LCS 1팀이 8강에 올라갔습니다. 유럽 LEC는 토너먼트에 1팀도 없게 되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하필 NRG가 G2한테 이기는 사태로 LCS보다 못하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되었습니다. G2가 MSI 떄 젠지와 BLG 상대로 한 판을 따냈을 때까지만 해도 유럽이 북미보다 낫다고 생각했는데 월즈 와서 이럴 줄은 몰랐네요.
LEC의 토너먼트 전멸은 9년 만의 일입니다. 그 2014시즌 롤판을 가장 많이 봤던 게 기억나네요. LPL은 4팀이 모두 생존하면서 5년 만의 토너먼트 전원 진출을 기록했습니다. 현재까지 기세로 보면 LPL과 LCK가 백중지세지만 징동과 LNG가 있는 LPL 팀이 약간의 차이로 강해보이고 우승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3. 황당한 복주머니 추첨 방식
이번 대회가 한국에서 열렸으니 망정이지 타국에서 저 방식대로 추첨을 진행했으면 한국 커뮤니티 몇 날 며칠 불타올랐을 것입니다. 당장 복권도 조작이다 의혹이 나오고, 축구 챔스 추첨도 트집이 잡히고, 과거 NBA 1985년 드래프트도 총재가 조작했다고 음모론이 남아 있습니다. 저렇게 대진 정하자고 한 관계자가 누군지 진심 궁금하네요. 동네 잔치나 마트에서의 경품 뽑기보다 못한 방식입니다.
2라운드 추첨까지만 복주머니로 뽑고 급히 수정해서 상자에 공을 뽑는 흔한 방식으로 했으면 말이 덜 나왔을 것입니다. 그런데 8강 추첨까지 저걸 내내 하네요. 하다 못해 뽑기 전에 관객 중에 지원자 받아서 복주머니 순서 섞게 하던가, 롤판 레전드 2명 섭외해서 한 명이 뽑고 다른 한 명이 중간중간 섞던가 했으면 그나마 나았을 테고요. 8강 추첨에 베릴이 나와서 뽑은 건 조금은 보기 좋았습니다. 매번 대진 상대가 엄청나게 중요한 방식인데 심각성을 아무도 못 느꼈나 싶습니다. 책 잡힐 일은 최대한 피해야 하는 게 맞습니다.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4. 8강 대진과 예상
젠지 vs BLG
NRG vs WB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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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동 vs KT
LNG vs T1
모두 5판 3선승제 매치고, 1세트 진영선택권은 왼쪽 팀들이 가지게 됩니다.
우선 8강에서 내전이 하나도 없는 건 마음에 드네요. 내전 파티였던 MSI 때나 월즈 2라운드 때 흥미가 떨어졌는데, 8강에서 어떻게 흘러갈지 시간이 남으면 최대한 챙겨보려고 합니다. LCK와 LPL 팀들이 적당히 나누어졌습니다.
일단 아래쪽 대진의 4팀은 모두 한숨이 험난한 길이 예고되어 있습니다. 특히 KT는 이번 대회에서 LPL 2시드 ~ 4시드 세 팀과 모두 경기를 치렀고, 8강 올라오니 1시드 징동이 기다리고 있네요. 윗쪽 대진의 젠지는 천우신조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과연 이번에는 결승까지 무난히 갈 수 있을지 기대되네요.
젠지 vs BLG: 젠지 3대1 승리 예상
젠지는 MSI 때 복수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습니다. 표본이 적긴 하지만, 젠지는 5명 각자 제 역할을 차고 넘치게 수행하고 있고 흔히 말하는 팀워크도 훌륭합니다. 특히 에이스인 쵸비는 최고 미드의 퍼포먼스고, 피넛도 메타 적응 진즉에 끝마쳤고요. 반면 BLG는 빈이 혼자 고군분투하고 있고, 슌과 온은 심하게 부진하고 있습니다. 둘이 부진하니 야가오도 역캐리하고 있고 엘크도 별로입니다. 빈이 그나마 1세트 하드캐리해서 잡을 것 같지만 젠지를 이기기 힘들어보입니다.
NRG vs WBG: WBG 3대2 승리 예상
8강 최약체 두 팀이 그대로 만났습니다. 어지간해서는 대진운 얘기 안 하는데, 이번 WBG는 매치 3승 모두 서양 팀들을 상대로 올라오는 행운이 겹쳤습니다. 그 중 첫 경기가 NRG 전이었는데 대략 보름 만에 리턴 매치가 성사되었습니다. 그 1라운드 경기는 WBG의 완승으로 끝났습니다. 과연 다전제에서는 어떨지 궁금합니다. NRG가 G2전 대승으로 기세가 올랐지만, 그래봐야 LCS 팀이라 기대가 안 됩니다. 그래도 WBG 상대로는 혹시 모른다는 생각도 드네요. 샤오후가 거의 매번 그랬듯 월즈 활약이 시원찮고 웨이웨이도 동선 설계 등에서 부족합니다. 더샤이는 LPL 때에 비해 그리 낮지도 않지만 +α를 못 만들고 있고요. 그래도 WBG 선수들 클래스가 어느정도 있으니 이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징동 vs KT: 징동 3대1 승리 예상
3승 2패 팀 중에 KT가 징동 상대로 그나마 가능성이 있어보이지만, 그래도 언더독으로서 업셋을 하기에는 힘들어보입니다. 5라운드 DK 전 경기력도 그저 그랬고, 커즈와 에이밍이 여러모로 잘해주고 있는데 상대가 카나비와 룰러면 힘들어 보입니다. 기인은 서머 플옵 이후 정규시즌의 퍼스트팀 폼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고, 비디디도 탑급 미드들과 차이가 나고요. 리헨즈도 판단력이 아쉽습니다. 기인이 기량을 회복하고 카나비와 나이트가 갑자기 저점이 뜨면 혹시 모를 수도 있는데,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LNG vs T1: T1 3대2 승리 예상
스카웃과 갈라는 T1 상대로 월즈에서 복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두 선수가 엄청나게 잘하는데 완전 더블에이스입니다. 지카도 폭발력이 좋은 탑솔러라 제우스 상대로 쉽게 밀리지는 않을 것 같고요. 다만 타잔의 폼이 심상치가 않고 항과 케리아의 차이가 커서 T1에게 마음이 기울어집니다. 바텀 싸움이 원딜 차이가 아니라 서폿 차이로 갈릴 것 같아요. 오너가 기대이상이고 구마유시도 젠지전 빼면 계속 상수입니다. 페이커가 스카웃 상대로 비등하게만 가준다면 T1에게 승산은 충분할 것입니다.
월즈는 모든 팀들에게 숙원이지만 이번에는 정말 많은 것이 걸렸습니다.
징동의 단일 시즌 그랜드슬램이냐,
젠지의 구단 인수 이후 첫 우승 및 6년 만의 우승이냐,
BLG의 우승과 빈의 대관식이냐,
T1이 작년의 한을 푸는 감동의 우승이냐,
LNG의 우승과 스카웃의 올타임 넘버투를 확정짓는 대회가 되느냐,
KT가 기나긴 암흑기를 떨쳐내고 불지옥의 대진을 뚫는 우승이냐...
정말 많은 의의가 걸렸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우승하더라도 한국에서 열리고 있으니 명승부가 많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NRG vs WBG: 11월 2일 목요일 오후 5시
젠지 vs BLG: 11월 3일 금요일 오후 5시
징동 vs KT: 11월 4일 토요일 오후 5시
LNG vs T1: 11월 5일 일요일 오후 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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