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olympics.com/ko/news/marathon-world-record-holder-kelvin-kiptum-dead-24-road-accident
2024년 2월 12일은 마라톤이 죽은 날입니다...
케냐의 마라톤 선수 켈빈 킵툼이 사망했습니다. 자국의 'Kaptagat'라는 케냐의 서부 마을에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충격적인 소식입니다. 동승했던 그의 코치도 그 자리에서 사망했고요.
너무 슬프고 믿기지 않습니다. 필자는 마라톤 팬이라 한동안 충격과 허망함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요. 현재 세계기록 보유자에, 24살이라 본격적으로 트로피를 쌓을 나이고, 앞으로 10년 이상 마라톤 판을 지배하는 건 물론, 인류 최초로 마라톤을 2시간 이내 주파할 것이 확실해보이는 이 선수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니요.
두 달 뒤 로테르담 마라톤에서 이 선수가 과연 서브2를 달성할지 기대가 컸고, 파리 올림픽에서 킵초게와의 세기의 대결만 기다렸습니다. 자국 선배와의 대결에서 승리하는 감동적인 황위 계승식을 시청할 줄 알았습니다. 마라톤을 넘어서 스포츠 역사에 남을 재능이 벌써 졌다는 게... 위의 두 가지 업적만 달성해도 24살에 GOAT는 확정이었습니다만, 이제는 IF로만 기억되겠네요. 신기록에 이어 킵초게가 가진 우승 기록을 모두 갈아치울 줄 알았습니다.
오늘 온 신경을 슈퍼볼에 집중했고 현재 진행 중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비보를 접하고 난 뒤 지금은 속상하기 그지없는 상태라 제대로 못 보고 있습니다. 킵툼의 아내를 비롯한 가족들도 이제 어떡하나요. 사랑하는 이를 이렇게 떠나보냈으니...
킵툼의 인터뷰를 다시 보니 어렸을 때 가난함을 이겨내고 이제 모든 부와 영광을 차지하는 감동적인 이야기도 보고 싶었습니다.
만약 필자가 죽기 전 마라톤계에서 서브2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가 더욱 그리워질 것만 같습니다. 정녕 하늘은 인류에게 마라톤 1시간대 기록을 허락하지 않는 것일까요? 꿈을 현실로 구현시킬 마법 같은 선수가 더 이상 뛰지 못하다니요.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몇 번이나 탄식하고 있습니다. 역대급 페이스의 스포츠 선수가 이렇게 비극적으로 저무는 사례가 있기나 할까요. 당장 여자 테니스에서 모니카 셀레스가 피습당해서 GOAT가 억울하게 되지 못한 게 떠오르지만, 주관적으로 오늘 킵툼 만큼의 안타까움에는 미치지 못하네요.
2023년 런던 마라톤과 시카고 마라톤에서 세운 킵툼의 대기록과 완주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