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포츠 선수로서의 평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스포츠에서 선수의 레벨을 평가하는 기준은 각자 다릅니다. 무조건 우승 트로피가 최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누적을 가장 높이 평가하는 사람도 있고, 전성기 임팩트가 넘버원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는 발롱도르나 MVP, 농구의 퍼스트팀이나 야구의 실버슬러거 같은 수상경력으로 줄 세우는 사람도 있고, 플레이오프나 4강 이상의 토너먼트에서 빛나는 활약을 한 선수가 짱이라고 외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스포츠의 팬이라면 일반적으로 각자 좋아하는 선수를 최고로 꼽습니다. 다만 A선수의 팬이라고 해서 B선수, C선수 보다 위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무엇에서 앞서는지를 설명해야 합니다. 어떤 대회에서 우승을 더 많이 차지했다, 전성기가 더 뛰어나다는 납득이 가능한 이유를 말해야겠죠. 거의 모든 부분에서 밀리는데 위라고 말하는 건 소위 말하는 '답정너', '팬심'일 뿐이죠.
그렇다고 앞서는 한 가지 부분만 내세워서는 또 곤란합니다. 역대급 선수라도 사람인 이상 약점이 있을 수 있고, 다른 선수에 비해 뒤쳐지는 작은 부분은 있기 마련이죠. NBA에서 르브론 제임스가 카와이 레너드에 비해 수비를 못해도 현실은 역대 레벨에서 르브론이 넘사벽으로 뛰어난 선수고, 스타1에서 강민이 김택용에게 없는 스타리그 타이틀, 박성준에게 없는 MSL 타이틀이 있어도 현실은 역대 평가에서 김택용>박성준>>강민이죠. 리오넬 메시는 활동량이 부족해도 셀 수 없을 만큼의 장점을 가지고 있으니 축구의 신이라고 불립니다.
2. 서로 커리어에 약점이 있으면, 논쟁은 진흙탕 싸움이 됩니다.
그러나 비슷비슷한 선수들끼리 서로 하자가 있으면 논쟁은 네버엔딩 스토리의 길을 걷습니다. 위 사진에서 마린 vs 스멥 vs 큐베가 진짜 대표적이죠. 더샤이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 역대 최고 탑솔러들 후보군이었는데, 각자 장점과 단점을 풀어보면 다음과 같죠.
마린: 한 시즌(15시즌) 최고 선수로서 강력한 임팩트. 롤드컵 우승과 롤드컵 MVP
But 그 이외의 시즌은 그저그랬던 선수, SKS 시절에는 그많싫...
스멥: 15시즌부터 18시즌까지 꾸준했던 선수. 두 차례의 리그 MVP와 리그 우승
But 가장 중요한 롤드컵 우승 타이틀이 없으며, 준우승이 끝
큐베: 16롤드컵 준우승-17롤드컵 우승, 역대 주전 탑솔러들 중 롤드컵 최고 커리어
But 리그 우승은 커녕 준우승도 없으며 리그에서의 퍼포먼스도 아쉬움.
그 밖에 임팩트나 루퍼도 훌륭한 선수들이지만 팀에서 가장 비중이 낮다고(5옵션 취급) 저평가되었습니다. 다른 포지션의 벵기, 페이커, 뱅에 비해 탑솔러 역대 최고 논쟁은 몇 년 동안 치열했었죠. 그러나 더샤이가 19시즌을 끝으로 롤드컵 우승과 리그 우승을 달성하고, 팀 내 비중도 1위~2위를 다투었고, 꾸준함도 LPL 퍼스트팀 5회로 최고 수준이니 거의 이견의 여지 없이 더샤이가 역체탑으로 자리잡았죠. 이번 시즌 너구리가 다시 세체탑이 되지 않는 이상 일단 더샤이의 자리는 올해까지는 건재할 것입니다. 이건 더샤이가 가장 커리어에 흠집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 마디로 가장 훌륭한 선수는 커리어의 명분에서 가장 앞선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팀 스포츠와 개인 스포츠의 우승?
스포츠의 최고 가치는 우승일 것입니다. 모드리치나 메시도 자신의 모든 커리어를 한 번의 월드컵 우승과 바꾸고 싶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우선 팀 스포츠에서, 저 역시 우승의 가치를 없는 것으로 취급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개인의 꾸준함이나 최전성기 성적 등을 우승 팀의 소속이 된 것보다 높게 평가합니다. 제가 다른 쪽에서 운영하는 네이버 블로그의 글로 대충 갈음 ( https://blog.naver.com/PostView.nhn?blogId=state0910&logNo=222195118049&categoryNo=12&parentCategoryNo=0&viewDate=¤tPage=3&postListTopCurrentPage=&from=postList )
하고 싶습니다. 한 마디로 표현하기가 어려운데, "이 선수가 통산 커리어에서 얼마나 많은 실적을 쌓았는가?"와 "동시대 다른 선수들에 비해 확연히 앞서는 실적이 얼마나 높고 얼마나 유지했는가?" 이 두 가지를 기본으로 봅니다. 그 밖에 최전성기 시즌들(예시: 페드로 마르티네즈의 1999~2000시즌)이 어느정도인가를 그에 준하게 보는 편이고, 전성기 임팩트가 앞서면 약간의 누적 차이야 충분히 상쇄된다고 봅니다. 중요한 토너먼트나 리그에서 찬사받을 만한 활약이 있는가(예시: 축구에서 카카의 06-07 챔피언스리그 등), 그 밖에 각 종목의 MVP 같은 개인의 수상 실적도 보는 편입니다. 그 다음에서야 팀 소속으로 받은 우승 트로피를 보고, 경력 대비 지배력(승률 등)도 같이 다양하게 감안하고요.
다만 종목에 따라 팀의 우승의 가치에 차등을 둡니다. 팀원 숫자의 차이가 있으니 농구에서 1인의 영향력 >>> 축구에서 1인의 영향력 >>> 야구에서 1인의 영향력으로 보거든요. 특히 축구에서 호날두나 메시 같은 한 명의 영향을 언론이 너무 높게 보는 것 같아 아쉽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제 더 이상 무관인 손흥민이 박지성보다 낮다고 보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진 건 좋네요.
다시 돌아가서, 다만 여기에서 커리어의 연속성과 집중도도 중요하게 봅니다. 우승을 띄엄 띄엄하는 것보다 3연속, 4연속 우승을 훨씬 높이 평가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예시를 들자면 스타1에서 김택용과 박성준이 같은 3회 우승자라도 3연속 결승에 연속 우승도 경험한 김택용을 더 높이 평가한다고 말씀하고 싶습니다. 위 사진에서 최연성, 이윤열, 이제동, 이영호 전부 3연속~4연속 우승을 경험해서 당대 최강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임요환은 양대리그가 갖춰지기 전부터 전성기였던 게이머라 논외)
집중도를 설명하자면 한 시즌의 리그-챔피언스리그, 혹은 정규시즌-플레이오프, 롤에서 리그-롤드컵 양쪽 모두 잘하는 선수를 선호합니다. 그래서 리그 퍼포먼스가 아쉬운 큐베는 높이 평가하지 않는 편이고, 미국 스포츠나 해외 축구에서 각각 정규시즌이나 리그를 버리고 플레이오프나 챔피언스리그만 선택과 집중해서 몰빵하는 선수라면 저는 저평가하는 편입니다.
다만 앞에서 말한 스타1, 테니스, 바둑, 기타 등등 개인 스포츠에서도 꼭 우승으로만 줄 세워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팀 스포츠에서 우승으로만 줄 세우는 것보다야 몇 배는 낫다고 봅니다만 우승은 전부가 아니니까요. 박정석과 강민이 당시에 더더욱 암울한 토스로 싸운 것, 홍진호가 커리어 내내 불리한 맵에서 5번의 결승을 치렀던 것, 김연아가 최악의 판정을 받아야 했던 건 선수 잘못이 아니니까요.
여담이지만 개인 종목인 골프에서 타이거 우즈가 잭 니클라우스보다 PGA 메이저 우승 횟수 3회가 적어도(전자는 15회, 후자는 18회) 골프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고 불리는 건, 우즈가 전성기에 넘사벽으로 압도적인 선수였던 게 가장 컸습니다. 당대 지배력이 우승 커리어의 차이를 무시할 수 있었던 것이죠.
4. 특이한 경우가 없진 않겠지만, 선수 평가에 일관성이 있었으면...
스포츠든 어떤 분야든 기준에 일관성이 있으면 존중합니다. 필자야 팀 스포츠에서 우승의 가치를 낮게 보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팀 우승이 절대적이다고 보는 사람들의 주장을 무시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게 월드컵과 유로를 모두 들어올린 베켄바워를 국대 무관인 크루이프보다 높이 평가하고, 5회 우승의 팀 던컨을 4회 우승의 르브론 제임스보다 높이 평가하는 것도 잘못된 건 아니죠. 다만 뜬금없이 6회 우승의 마이클 조던이 11회 우승의 빌 러셀보다 나은 선수다, 라고 하는 건 일관성이 없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팀 우승이 무조건적인 가치는 아니다라고 일보 후퇴하거나, 그 예외 사항에 대해 제대로 된 이유를 제시해야겠죠.
아무튼 인물을 절대 한 가지 잣대로만 갖다댈 수는 없으며, 평가할 때 다양하고 넓게 봐야할 것입니다. 누적을 중요하게 여기는 야구에서도 커쇼가 2011~2015시즌을 연속으로 지배하니 War에서 10 이상 앞서는 무시나나 실링보다 아래라고 평가받지는 않습니다. 월터 존슨이 사이 영보다 누적이 부족해도 당대 지배력이 높으니 역대 최고 투수로 불리게 된 것과 비슷하겠죠.
5. 그 밖의 선수 환경에서 예외 사항들과 결론
저 같은 경우에는 선수 잘못이 아닌데 커리어에 손해를 본 경우라면 대체적으로 감안하는 편입니다. 대표적으로 축구에서 월등히 불리한 국적의 선수라면 국대 평가에서 아예 논외로 보고, 다른 선수와의 비교에서도 국대 커리어는 넣지 않는 편입니다. 당장 우크라이나의 셰브첸코가 떠오르네요. 그 밖에 수아레즈가 당시 약팀이었던 리버풀에서 뛰어서 챔피언스리그에 많이 못 나간 건 어느정도 '익스큐즈'라는 편입니다. 다만 챔피언스리그에 나가지 못했다면 그 대신 리그에서 더욱 빛나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또 다른 예시로 고대 레전드인 디스테파노도 억울하게 국적 문제 등으로 국대 참가를 거의 못했는데 이 부분도 감안을 합니다.
야구나 농구에서도 단축시즌이 있다면 그 선수가 억울하게 손해봤다고 생각해서 보정하는 편이고요. 최근에도 코로나 사태 때문에 단축시즌이 벌어졌죠. 또 스타1 얘기를 하자면 스타1 판이 2011년에 단축되고 2012년에 대회 하나 열고 끝나서 그 시기 선수들을 세간의 인식보다 후하게 평가하는 편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선수의 수상실적도 그대로 평가하지는 않습니다. 축구에서 호날두가 2011~2012시즌에 발롱도르 2위를 했는데 나중에 발롱도르를 받았던 시즌보다 못해서 받은 게 아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냥 경쟁자들 수준 차이였을 뿐이죠. 또한 미디어들 평가도 과연 맞는지를 봐야할 것입니다. 매년 나오는 피파 월드 베스트11도 문제가 심각하고, 발롱도르나 MVP도 논란이 벌어진 해가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요. 특히 논란이 심한 2001 발롱도르에서 오웬이 라울을 제끼고 받은 건 아무리 봐도 라울이 받았어야 한다고 평가합니다.
아무튼 저는 다각도로 평가하는 편이고, 선수로서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명분 싸움에서 앞서나가서 인정하지 않는 반대쪽 사람들의 주장을 다물게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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