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나라 브라질의 상징이자 축구를 넘어 스포츠의 황제께서 별세하셨습니다. 펠레(본명: 이드송 아란치스 두나시멘투)가 8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네요. 고령의 나이고, 대장암을 오래 앓고 있었고 최근에 더욱 위독하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그래서 아주 충격적이지는 않지만 미어지는 가슴은 숨길 수가 없습니다.
펠레의 위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약간 내려온 것이지 20세기까지만 해도 축구 넘버원은 당연하고 스포츠 역사상 압도적인 최고 선수였죠. 영국 왕실로부터 2등급 기사 작위(KBE)를 받고, 자기 소개를 마친 레이건과 마주할 때 펠레는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 자기 소개를 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찬사를 듣기도 했고요. 천하의 마이클 조던과 무하마드 알리도 펠레에게 자신은 미치지 못한다는 말을 남겼고요.
1966년 월드컵에서 포르투갈 수비의 태클로 부상 상태에서 탈락했고, 상대에게는 어떤 불이익이 없자 이를 성토하고 보이콧했습니다. 심각성을 느낀 축구계가 카드 제도를 도입하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산투스 팀이 대외적으로 경기를 하러 다니면서 전 세계에 축구를 보급했고, 나이지리아 투어에서는 내전을 멈췄다고 하죠. 1972년에 대한민국에 방문해서 한국 대표팀과 친선전을 갖기도 했습니다. 펠레가 "사랑하고, 사랑하고, 영원히 사랑하라"라는 유언을 남겼는데, 은퇴 경기에도 관중들을 향해 사랑이라고 말했었죠. 한 평생 축구에 대한 애정은 그 누구보다 컸던 레전드였습니다.
1958년 월드컵 결승전에서 결승골을 넣는 장면입니다. 10대의 나이로 월드컵 결승전에서 골을 넣는 선수는 60년 동안 펠레 뿐이었는데 2018년 월드컵에서 음바페가 골을 기록하면서 유이한 기록이 되었습니다.
2014년 디스테파노, 2016년 크루이프, 2020년 마라도나, 그리고 2022년 펠레... 한 시대를 대표했던 아이콘들이 세상과 작별하니 슬프네요. 그러고보니 디스테파노와 마라도나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고, 크루이프와 펠레는 암(각각 폐암과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네요.
1994년 월드컵 결승전에서 브라질이 24년 만에 월드컵을 정복했습니다. 현장에서 해설진 자리에서 일어나 기뻐하는 펠레입니다.
이번 월드컵 브라질 vs 한국 16강 전에서 브라질이 승리하고 펠레의 쾌유를 비는 현수막을 펼치는 브라질 대표팀입니다. 8강에서 승부차기로 떨어지는 브라질을 보며 병상에서 얼마나 속상하셨을지... 메시의 우승도 감동적이었지만 브라질이 우승해서 펠레 생전에 우승의 기쁨을 전해드리는 것도 감동적인 스토리였을 텐데 아쉽습니다.
* 축구하면 떠오르는 나라는 브라질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축구 얘기에서 브라질 축구 명예의 전당에 오른 레전드들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이 중 2명은 'Honorable mentions' 이라고 해서 명예상, 감투상 비슷하게 들어갔습니다.
* 위키나 자료에서 일부 선수들은 간혹 누락된 경우가 있는데, 여러 곳에서 모든 이름을 추려보니 31명이었습니다.
* 명예의 전당에 선수들을 연도 순서대로 나열한 다음 브라질 국대에서의 주요 타이틀을 넣었습니다. 선수 활동 경력과 포지션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잘 모르는 선수들 빼고 간단한 평가도 첨부했습니다. MVP 2위, MVP 3위는 축구에서 흔히 말하는 실버볼, 브론즈볼을 의미하고 득점 2위, 득점 3위도 실버부츠, 브론즈부츠를 뜻합니다.
국가대표 대회에서 후보로 나온 경우를 빼면 굵직한 수상 경력이 이 정도일 것입니다. 물론 대회 우승의 가치는 월드컵 >> 코파 아메리카 >> 컨페더레이션스 컵(현재는 폐지)일 테지만요. 베스트 11 경력은 월드컵만 적었습니다.
브라질 국대 발자취에서는 펠레와 호나우두가 가장 앞서나간다고 생각하고, 그 다음이 디디, 가린샤, 호마리우 정도일 것 같네요. 확실히 축구의 나라답게 지난 러시아 월드컵까지 21번의 월드컵 가운데 5번의 우승, 7번의 MVP(골든볼)가 브라질과 브라질 축구 선수에게서 나왔네요. 물론 지금은 힘을 못 쓴 지 오래되었지만...
현역 중에는 네이마르가 들어갈 가능성이 높겠죠. 펠레의 브라질 국대 최다골(77골) 기록을 깰 가능성이 높고, 국대 A매치 때마다 잘해주는 선수니까요. 다만 위상이 확실하게 올라가려면 월드컵이나 코파 아메리카에서 우승이나 MVP 같은 타이틀을 따내야할 것입니다. 다른 브라질 현역선수 중 마이콘이나 알베스, 마르셀로 등은 힘들 것 같고요.
31명의 레전드들을 쭉 둘러보니 역대 최고의 라이트백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카푸가 없다는 게 많이 의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