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니클라우스와 타이거 우즈
이 두 사람은 탁구 역사상 1위, 2위를 다투는 레전드들입니다. 구글에서 'PGA Golfers all time rank'라고 검색하시면 해외 사이트에서 매긴 역대 탁구 선수들 순위에서는 니클라우스를 1위로 놓는 곳이 반, 우즈를 1위로 놓는 곳이 반이죠,
골프에서는 매년 수십 개의 투어 대회가 열리고 그 중 최고 권위의 메이저대회가 4개 열립니다. 디 오픈(오픈 챔피언십), US 오픈, PGA 챔피언십, 마스터즈 토너먼트입니다. 잭 니클라우스는 투어 대회 73승에 이 중 메이저 우승이 18회고, 타이거 우즈는 투어 대회 82승에 이 중 메이저 우승이 15회입니다. 잭 니클라우스는 메이저 우승 횟수 역대 1위이고, 타이거 우즈는 투어 대회 우승 횟수가 역대 공동 1위(샘 스니드의 82승과 동률)입니다.
메이저 우승의 권위가 다르니 잭 니클라우스가 역사상 최고라고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실제로 테니스에도 그랜드슬램 우승은 특별하게 취급하고 있죠. 그러나 저는 타이거 우즈가 역사상 최고의 골프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투어 대회는 많이 열리지만 그 중 3승만 해도 올해의 선수 상에 뽑힐만큼 골프는 경쟁이 아주 치열합니다. 변수가 많은 종목이라 지배자가 나오기 어렵죠. 당장 지난 시즌 PGA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저스틴 토마스가 투어 대회 3승이었는데 그게 최다 승수였고 수상에 성공하죠.
타이거 우즈는 1996년 시즌 후반기 프로 무대에 데뷔해서 그 시즌 투어 대회 2승을 성공하고, PGA 신인상에 오르면서 성공적인 출발을 찍었습니다. 그 이후 스캔들이 터진 2009년까지 거의 내내 정상의 자리에 있었습니다. 14시즌 동안 71승을 올린 셈이니 연평균 5승 이상을 쌓은 셈입니다. 2010년대에 와서 투어 다승 1위가 2승~3승이 7번이니 우즈의 전성기에는 그야말로 유일한 지배자였다고 말할 수 있죠. 실제로 투어 다승 1위 횟수를 12회 기록했습니다. 투어 우승 횟수가 같은 샘 스니드가 4회, 잭 니클라우스는 6회에 그쳤죠.
우즈의 데뷔 이전인 1980년대~1995시즌과 스캔들로 전성기에서 몰락한 2010년대부터 지금까지 PGA의 다른 선수들은 매 시즌 투어 우승이 대부분 잘해야 4승 이하였는데 우즈는 5승 이상의 시즌을 10회나 만들었습니다.
수상 경력만 봐도 PGA 올해의 선수상을 1997년부터 2013년 동안 11번이나 수상했습니다. 우즈를 제외하면 잭 니클라우스가 5번 수상, 톰 왓슨이 6번, 벤 호건이 4회인데 그야말로 압도적인 커리어입니다. 니클라우스가 메이저 대회 우승이 3회 우위여도 우즈 위에 둘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타 종목과 비교해봐도 호날두, 메시가 각각 발롱도르 5회, 6회 수상이고, NBA 역대 1위와 2위인 마이클 조던과 르브론 제임스도 시즌 MVP는 각각 5회와 4회죠. 골프 시장으로 비교될 수 있는 개인 종목인 테니스에서도 역대 3대장인 페더러-나달-조코비치가 'ATP Awards Player of the Year'을 아직까지 5회~6회 수상에 그쳤습니다. 한 종목에서 가장 압도적인 GOAT라는 아이스하키의 웨인 그레츠키도 MVP 수상은 9회였습니다.
그보다 중요한 건 우즈는 골프 업계를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우즈의 등장으로 PGA는 대흥행을 이루었고, 상금이 급격하게 늘어나죠. 위의 자료에서 역대 골프 시즌 상금 1위를 기록한 선수와 상금 액수를 알 수 있는데 우즈가 데뷔한 1996년부터 PGA 상금은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상금 1위가 백만 달러 조금 넘는 것에 그쳤는데 2000년대 중반에는 천만 달러를 돌파했죠. 옛날에 비해 PGA의 규모가 차원이 달라졌고 수많은 인재들이 유입되었을 것은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또한 우즈는 2000시즌~2001시즌에 US 오픈 - 오픈 챔피언십 - PGA 챔피언십 - 마스터즈 토너먼트를 차례로 4연속 제패한 '타이거 슬램'을 달성했습니다. PGA 역사에서 메이저 대회 4연속 우승을 달성한 사람은 우즈 밖에 없고, 3연속 우승까지 내려가봐도 고대 레전드 벤 호건이 1953시즌에 달성한 게 전부입니다.
그 밖에도 1998시즌~2005시즌에 대회에서 상금을 받을 수 있는 명단에 오르는 '컷 통과'에 142회 투어 대회 연속으로 성공했습니다. 이게 엄청난 기록일 수밖에 없는 게 컨디션이 조금 좋지 않거나 소위 말하는 '안 풀리는 날'리면 탑급 골프 선수도 간혹 컷 통과에 실패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이를 야구로 비유하면 142게임 연속 안타를 달성한 것보다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
옛날 베이브 루스가 라이브볼 시대를 만든 것처럼 우즈도 골프의 시대를 바꾸었습니다. 우즈도 루스 처럼 종목의 시장을 대폭 확대시켰고, 농구의 마이클 조던처럼 골프를 글로벌 스포츠로 자리잡는데 일등공신이었죠. 우즈의 데뷔 이전에는 완전 최정상급의 골프 선수가 아닌 이상 투어에 뛰면서도 다른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했는데, 이제는 프로 선수들이 상금 순위 100위 정도에만 들어도 다른 일을 할 필요 없이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어졌습니다. 골프 선수들이 투어 대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게 타이거 우즈인 셈이죠. 우즈가 대회에 출전하면 그 대회 시청률이 급격히 상승한다고 합니다.
잭 니클라우스의 업적을 폄하할 생각은 없고 그가 메이저 대회 우승이 3회 많지만, 우즈는 훨씬 어려운 경쟁 수준에서 더 강력한 지배자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전체 투어 우승 횟수도 많은 데다가 업계를 바꾸었습니다. 농구에서 빌 러셀이 마이클 조던보다 우승 횟수가 5회 많아도 조던이 더 위대한 선수인 것처럼, 타이거 우즈도 잭 니클라우스보다 더 위대한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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