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시의 숙원이었던 별내선 개통이 8월 10일에 완료되었습니다. 서울시 강동구 암사역에서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역까지 새롭게 개통되었습니다. 다산역, 동구릉역, 장자호수공원역, 암사역사공원역이 새롭게 추가되었습니다. 별내역과 구리역은 환승역으로 달라졌습니다.
필자도 구리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드디어 8호선을 자주 이용할 수 있으니 감개무량합니다. 기존의 경의중앙선 구리역만 있었던 시절과 달리 장자호수공원역이나 동구릉역에도 접근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토평도서관과 장자호수공원역이 가깝습니다. 도서관을 이용하고 바로 지하철을 탈 수 있어서 시간을 아낄 계획을 짤 수도 있습니다. 또 경의중앙선이라 시간표에 적힌 시간과 다르게 오는 경우가 가끔씩 있어서 스트레스였는데 8호선은 그럴 일이 없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최근에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에 약속이 있었습니다. 만남이 끝나고 구리시로 돌아가야했습니다. 필자가 남양주시에 갔을 때 8호선 개통과 관련된 현수막이 여러 곳에 걸려 있었습니다. 네이버지도로 검색해보니 버스로 돌아가는 것보다 8호선 열차로 돌아가는 게 빠를 것 같아 다산역으로 갔습니다.
다산중앙로 123번길 사거리와 다산선형공원을 지나 다산역으로 갔습니다. 현재 8호선 다산역은 1번 출구부터 4번 출구까지 있고, 5번 출구와 6번 출구는 아직 공사중입니다.
구리역 경의중앙선으로 갈아타거나 1번 출구부터 7번 출구까지 나가려면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야 했습니다. 그런데 에스컬레이터의 길이나 높이가 정말 높았습니다. 경사도 다른 곳보다 엄청 가파라서 위험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살짝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부디 역주행 사고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교통카드 충전기나 전체 지하철노선도도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경의중앙선 구리역과 다르게 8호선 구리역은 구리전통시장역이라는 역명도 부가적으로 붙여 있습니다. 지도를 보니 구리역도 환승 거리가 꽤 긴 편이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7번 출구로 나갔는데 리맥스 쇼핑타운 건물이 바로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하철 건물에 다양한 현수막도 걸려 있었습니다.
앞으로 성남시나 서울특별시 강동구나 송파구에 갈 일이 있다면 구리시에서 8호선 열차를 타고 내려가야겠습니다. 구리역이나 장자호수공원역을 타고 남쪽으로 길을 잡을 수 있습니다.
파리 올림픽 폐막 이후 글을 더 추가하고 싶어서 글을 올립니다. 필자의 의견을 첨가한 우리나라 대표팀의 간단한 결산을 해보겠습니다. 당연하지만 본선에도 올라오지 못한 종목이나 선수단 규모가 너무 적은 종목은 제외하겠습니다. 변수가 많고 걸린 메달도 많은 종목인 골프도 예외로 두겠습니다. 비교적 일정이 더 일찍 끝나거나 기억나는 순서대로 써보겠습니다.
여자 핸드볼: 첫 경기에서 독일을 잡아내는 대파란을 보여주었지만 그 뒤 4연패로 탈락했고, 조별리그 편성도 안 좋았고 슬로베니아전도 접전 없이 패배한 게 아쉽습니다. 에이스인 류은희 선수가 마지막 올림픽이고 세대교체가 시원치 않습니다. 남자 핸드볼처럼 아시아 최강 자리에서 서서히 내려오는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수영: 작년 아시안게임 때를 생각하면 기대이하지만, 우리나라 수영이 완전 볼모지 시절 생각해보면 장족의 발전입니다. 남자 계영에서 6위까지 하는 등 여러 선수들이 준결승이나 결승 무대에서 이름을 올리기도 했죠. 에이스인 황선우 선수의 부진이 일시적이길 바래야겠죠. 내년 세계선수권과 내후년 아시안게임에서 황금 세대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꺾일 수도 있고 비상할 수도 있습니다.
유도: 절반의 성공이라고 봅니다. 금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은메달, 동메달 합쳐서 5개의 메달로 리우와 도쿄 때에 비하면 나은 성적입니다. 김민종 선수 등 메달리스트들이 20대 초반으로 다음 올림픽을 기약하기에는 충분합니다. 그러나 다른 체급에서 김원진 선수처럼 아쉽게 탈락한 선수들의 연령대가 20대 후반 ~ 30세라는 점이 걸리고, 몇몇 체급에서 출전권을 따지 못해 선수단 규모가 축소된 점이 걸립니다.
펜싱: 오상욱 선수의 2관왕과 우승 후보 1순위였던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우승하면서 전체적으로 보면 성공했습니다. 다만 스포트라이트가 사브르에 몰려있고, 지난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했던 남녀 에페 단체 팀이 성적이 낮아진 게 마음에 걸립니다. 만약 펜싱 강국 러시아가 다음 LA 올림픽에 참가하면 과연 좋은 성적이 이어질지 약간 회의적입니다.
양궁: 전 종목 석권, 그야말로 완벽합니다. 작년 세계선수권 부진은 그냥 액땜이었을 뿐입니다. 정의선 회장은 그저 빛...
사격: 금메달과 은메달 각각 3개로 중국 다음으로 종합 2위를 차지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올림픽에서 이 정도의 사격 성적을 거둔 전례가 없었고, 런던 때보다도 은메달이 1개 더 많은 결과입니다. 대회 초기 대한민국이 잠깐이나마 종합 순위 1위에 위치해있었던 건 사격 덕분이었습니다. 오예진 선수의 깜짝 금메달과 한국 내전, 반효진 선수의 올림픽 신기록 등 화제가 된 것도 많습니다.
사격 종목에서는 내부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작년에 한화 후원이 빠졌고, 새로 들어온 사격연맹 회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 운영 문제 등으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습니다. 재정 문제가 심각해서 선수들 포상금 지급도 어렵다고 합니다. 새로운 회장이나 후원사가 부정적인 쪽으로 자리잡으면 이번 올림픽이 일장춘몽으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배드민턴: 안세영 선수의 금메달, 김원호 선수와 정나은 선수의 은메달이라는 성과가 있지만 썩 좋다고 말하기에는 애매합니다. 여자 복식에서는 경기 내용이 졸전이었고, 마찬가지로 메달이 기대되었던 남자 복식도 8강 탈락이었죠. 작년 세계선수권의 대성공도 있었고 기대치가 높았기도 하고요. 그리고 사격 만큼의 내부 문제는 아니지만 안세영 선수가 언해피 메시지를 띄우기 해서 이것도 풀어야 할 숙제고요. 그녀는 당분간 부상으로 투어 대회를 돌지 못하기도 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수습하지 못하면 위기가 찾아올 수 있습니다.
탁구: 12년 만의 메달 소식으로 역시 선전했습니다. 임종훈 선수의 병역 혜택도 호재고요. 하지만 단식 네 선수 중 두 선수가 1라운드에 일찍 탈락한 게 아쉽습니다.
그 외에 태권도가 금메달 2개, 총 메달 3개로 우리나라의 국기라는 종목에 맞는 성적으로 회귀했습니다. 근대 5종도 동메달 1개로 다소 아까운 결과를 받았고요.
기대를 모았던 육상 높이뛰기의 우상혁 선수는 반등에 실패하여 메달 획득을 못했습니다. 육상의 경우 리우 올림픽 때는 16명의 선수들이 출전했고, 도쿄 올림픽 때는 7명의 선수가 출전을,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는 겨우 3명만 출전했습니다.
수영 다음으로 가장 많은 메달이 있는 종목이 육상인데 진심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네요. 육상 세계선수권 규모도 웬만한 세계선수권보다 주목받는 대회인데 말이죠. 세계 경쟁력과 뒤떨어져 있으니... 한 때 메달 1개씩은 획득했던 레슬링도 마찬가지고요.
143명의 선수들이 소수 정예처럼 많은 메달을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양궁과 사격처럼 아주 성공한 종목이 있는 반면, 반대로 메달이 기대되지 않았던 여러 종목은 심하게 실패했다고 보입니다.
왠지 LA 올림픽에서는 도쿄 올림픽의 낮은 성적(금메달 6개)과 파리 올림픽의 높은 성적(금메달 13개) 사이의 중간점이라는 성적표가 나올 것으로 예측합니다. 개인적인 기대치를 담아 그 정도 성적만 나와도 필자는 만족하고요.
도쿄 올림픽 때는 깜짝 메달도 거의 없었고 코로나 여파로 선수들이 적응을 못한 느낌이 강했지만, 파리 올림픽에서는 명승부 끝에 우리나라 선수들이 승리한 경기가 많았습니다. 해외 외신도 우리나라는 선전해야 금메달 9개라고 예측했는데 이 정도면 진짜 대성공한 대회였습니다.
파리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단 일정이 모두 끝났습니다. 대회 기간 내내 우리나라 선수들이 정말 훌륭한 성적을 내줘서 하루에 한 번은 올림픽 경기를 꼭 챙겨봤습니다. 남자 양궁 단체전처럼 압도적인 성적으로 평정한 종목도 있었고, 사격 반효진 선수의 결승전처럼 한 끗 차이로 금메달을 획득한 경기도 기억납니다.
마지막 날에는 박혜정 선수의 역도 여성 최중량급 경기를 봤습니다. 메달 가능성이 충분한 경기라고 예상되었고, 지난 번 김수현 선수의 판정 논란이 있다고 해서 호기심에 시청했습니다. 경기를 보면서 박혜정 선수가 과연 들어올릴 수 있을까 조마조마했습니다. 특히 인상 3차 시도의 131kg 시도에서 살짝 불안한 모습이 있었지만 기어코 성공시키는 걸 보며 감탄했습니다.
하지만 리원원은 너무 강한 적수였습니다. 인상, 용상에서 각각 136kg, 173kg를 들어올렸습니다. 그녀는 인상 3차는 스킵했고, 용상 3차는 시도조차 안 하고 미리 승리의 세레머니로 즐기더군요. 심지어 저 무게를 가볍게 들어올리는 장면을 보며 중국 탁구 선수들이나 다이빙 선수들에게 느끼는 경외감을 받았습니다.
박혜정 선수는 10kg 차이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영국의 에밀리 캠벨이 지난 도쿄 올림픽의 은메달에 이어 이번에는 동메달을 추가했습니다.
딱 하나 아쉬운 게 용상 3차 시기입니다. 박혜정 선수는 인상에서 131kg로 올해 4월 역도 월드컵에서 세웠던 개인 기록을 1kg 갱신했고, 용상 2차에서 168kg를 가뿐히 성공하면서 166kg 기록에 2kg를 추가했습니다. 마지막 용상 3차에서 173kg를 신청했는데 박혜정 선수가 몇 초 안 남은 상황에서 다급하게 나왔죠. 타임아웃은 가까스로 피했지만 숨을 고르는 등 준비할 시간도 없이 시도하느라 실패했습니다. 메달 색깔과 관계 없이 총합 300kg를 넘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짙은 아쉬움을 남기고 대회를 마무리했습니다.
박혜정 선수는 인터뷰에서 LA 올림픽에는 금메달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그 꿈이 부디 실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는 33개 메달의 서울 올림픽 다음 가는 기록이고, 베이징 올림픽 때와 타이 기록입니다. 금메달 개수도 13개로 베이징 - 런던과 공동 1위고요. 종합 순위도 10위 안에 들어갔습니다. 도쿄 올림픽의 부진을 되돌릴 수 있었습니다.
외신 내신 가릴 것 없이 우리나라 금메달 두 자리 수를 예측한 언론사는 없었고, 대표팀 내부에서는 143명이라는 역대 최소 선수단을 의식해서인지 보수적이지만 5개를 잡았죠, 하지만 선수들이 정말 잘해줘서 목표량을 2배 이상 뛰어넘었고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필자도 내내 즐거웠는데 역시 최고의 마케팅은 성적이었습니다.
필자는 대한민국 스포츠의 국제경쟁력에 대해 비관적으로 여겼고, 금메달 6개만 수성했으면 좋겠다고 글을 썼었습니다. 선수들을 낮게 평가한 이런 필자가 한편으로는 한심스러워졌습니다. 대표팀 선수들이 앞으로 각 종목의 세계선수권과 2년 뒤 아시안게임, LA 올림픽에서도 희소식을 많이 가져오리라 믿겠습니다.
쿠바의 미하인 로페즈가 그레코로만형 레슬링 5연패 달성에 성공했습니다. 로페즈는 16강에서 우리나라의 이승찬 선수를 16강에서 7-0으로 완승한 경기부터 결승에서 야스마니 아코스타를 6-0으로 이기는 무실점 완승 경기를 펼쳤습니다. 토너먼트 4경기에서 20점을 획득할 동안 상대에게 2점만 허용하는 압도적인 기량을 펼쳤습니다. 런던, 리우, 도쿄 올림픽 때처럼 한 점도 내주지 않은 대회는 아니었지만 여전히 다른 선수들에 비해 한 차원 위에 있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로페즈는 관중들의 기립박수를 받았습니다. 결승전에서 신었던 신발(레슬링화)을 벗은 뒤 경기장 중앙에 내려놓으면서 두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레슬링 황제의 화려한 마무리는 이렇게 끝났습니다.
로페즈의 5연패는 올림픽 역사가 다시 써진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올림픽에서 5번 출전해서 모두 금메달을 딴 것도 대단하지만, 레슬링은 수영이나 사격이나 기계체조처럼 메달 여러 개가 아니라 1개만 도전할 수 있는 종목입니다. 17년 이상 최고의 무대에서 완벽한 모습으로 계속 군림한 것이 놀랍습니다. 올림픽 최다 메달인 마이클 펠프스도 올림픽 출전은 4번 뿐이었습니다.
대회 이전까지 로페즈는 레슬링 종목에서 4연패라는 타이 기록을 갖고 있었습니다. 일본의 여자 자유형 레슬링 선수인 이초 가오리와 같았죠. 하지만 이번에 5연패를 달성함으로써 단독 1위에 올랐습니다. 다른 종목에서도 펠프스가 개인혼영 200m 4연패를 달성했지만 여기서 더 늘리지는 못했죠.
단체 종목에서는 그 이상 가는 연패 기록이 있습니다. 미국 여자 농구의 레전드인 다이애나 터라시와 수 버드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부터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5연패를 달성한 적이 있고, 헝가리의 고대 펜싱 레전드인 알라다 게레비치가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6연패를 성공시켰죠. 연패 기록에 따지지 않고 단일 종목 금메달 횟수 1위를 따져 본다면 독일의 리빙 레전드 이사벨 베르트입니다. 이번 파리 올림픽 단체 마장마술 종목에서 다시 금메달을 추가하면서 7번이나 우승했죠.
하지만 올림픽 개인 종목 중 5연패를 달성한 선수는 로페즈 한 사람 뿐입니다.
다만, 미국의 장거리 수영 선수인 케이티 러데키가 이번 올림픽에서 자유형 800m도 우승해서 4연패를 완성했고, 4년 뒤에도 금메달을 따서 로페즈와 타이 기록을 이룰 것이 유력합니다. 그녀의 나이가 아직 27살이고 다음 올림픽이 자국에서 열리는 걸 감안하면 5연패 도전이 확실하죠. 여자 장거리 자유형 종목(800m, 1500m)판에서 그녀의 장기집권에 대항할 선수가 보이지 않는 것도 한 몫하고요.
이로써 로페즈는 그레코로만형 레슬링계에서 GOAT로 불릴 가장 큰 명분을 차지했습니다. 알렉산드르 카렐린과의 비교에서 예전에는 로페즈가 올림픽 금메달 1개는 더 많으나, 세계선수권 우승을 4번 더 달성한 카렐린이 위가 아니냐는 여론이 많았고 필자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올림픽 금메달 2개면 얘기가 다르죠. 로페즈가 5연패라는 전무후무한 금자탑을 쌓은 이상 GOAT 자리가 교체되었다고 봅니다.
파리 올림픽에서 김민종 선수가 우리나라 최초로 올림픽 유도 최중량급 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비록 결승전에서는 프랑스의 테디 리네르에게 패배했지만, 상대가 너무 강했으며 은메달도 엄청난 성과입니다.
경기가 끝나고 리네르가 김민종 선수와 포옹하고 팔을 들어서 상대를 존중하는 훌륭한 스포츠맨십을 선보였습니다. 필자도 보면서 감동받았습니다. 과연 한 종목에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라고 불리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메달리스트들이 모인 기자회견에서 리네르는 김민종 선수, 테무르 라히모프, 알리셰르 유수포프에게 "여기 있는 선수들 모두 강했고 잘 싸웠다"라는 칭찬의 인터뷰도 남겼습니다.
어제 배드민턴 결승에서 안세영 선수와 만난 허빙자오도 호인이었습니다. 그녀가 시상대에서 스페인 배지를 들고 있었던 이유가 따로 있었습니다. 4강에서 만난 스페인의 카롤리나 마린이 부상으로 기권패를 했는데, 그녀를 존중하기 위해 스페인 국기 배지를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경기가 끝나고 상대(안세영 선수)가 안정적이었다고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도 좋았고요. 안세영 선수가 툰중과 허빙자오와 함께 미소와 포옹도 경기를 마무리한 장면도 실로 바람직했습니다.
이번 올림픽 남자 양궁 단식 결승전은 우리나라 선수단 중 최고의 명승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마지막 세트 때 서로 30점 만점을 쏘고 슛오프에서도 10점을 쐈죠. 정상에 있는 선수들끼리의 대결이었습니다. 슛오프에서 5mm 차이로 승패가 갈렸는데 아슬아슬함에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서로를 추켜세워주는 모습도 멋졌습니다. 메시와 호날두에 비교하며 장기간 경쟁했던 사이라는 걸 알렸습니다. 두 선수 모두 가정의 아버지인지라 상대방 가족의 안부를 물어보는 것도 재밌었고요.
필자가 올림픽을 보는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우리나라 선수들을 응원하고, 둘째는 세계 최고의 종합 스포츠 대회인 만큼 비슷한 시간대에 다양한 종목을 시청하기 위함이고, 셋째는 유명한 외국 스포츠 선수들의 경기를 보기 위함입니다. 리네르나 조코비치, 미국 농구 선수들이 대표적인 예시겠죠.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거나, 만나서 미담을 남길 때마다 감동하게 됩니다.
뉴스를 보니 펜싱, 유도, 양궁 종목의 선수들이 이미 귀국했습니다. 남은 올림픽 일정도 사고 없이 원만하게 마무리되고, 한국 선수들이 후회 없는 경기 끝에 귀국했으면 좋겠습니다.
8월 4일 두 개의 남자 단식 결승전을 보면서 스포츠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갔다고 감상했습니다. KBS 온에어로 봤는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많았습니다.
첫 번째는 남자 탁구 단식 결승전이었습니다. 판젠동과 모어가드의 대결이었는데 4-1로 전자의 승리였습니다. 2세트부터 판젠동이 내리 네 세트를 따냈는데, 명백히 판젠동의 한 수 위의 기량을 과시했습니다. 각 세트마다 중반 흐름에 가서는 판젠동이 연속 득점으로 먼저 매치포인트를 선점했고, 결국 한 번의 듀스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경기를 보면서 왕추친이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억울하게 탈락한 게 정말 아쉬웠습니다. 올림픽 탁구 결승에서 비중국인 선수가 올라오는 것도 흥미롭지만, 왕추친이 올라왔다면 더욱 치열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아무튼 판젠동은 탁구 그랜드슬래머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세계선수권, 탁구 월드컵, 그랜드 파이널스(지금은 컵 파이널스로 대체된 것 같습니다) 대회에서 모두 2회 이상 타이틀이 있어서 역대 No.2 자리에 이견이 없습니다. 기존 2위 그룹이었던 발트너나 장지커보다도 명백하게 위죠. No.1인 마룽에 도전하려면 최소한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에서 한 번 이상 우승해야 하는데, 이건 불가능의 영역은 아니지만 가능성이 낮아보이긴 합니다.
테니스 남자 단식 결승도 봤는데 보면서 깊이 감동받았습니다. GOAT 노박 조코비치와 현역 최고 선수인 카를로스 알카라스의 맞대결이었고, 이번 올림픽 1시드와 2시드 선수의 정면대결이었습니다. 윔블던 결승의 리매치이기도 하죠. 경기 이전에 필자는 그 때처럼 알카라스가 압도할 줄 알았습니다. 조코비치가 무릎 수술한지 얼마 안 되어서 무리한다고 봤고, 올해 롤랑가로스에서 우승한 알카라스가 같은 무대에서 대관식에 재차 오를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승자는 조코비치였습니다. 1세트에서 알카라스가 훨씬 더 많은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잡고 윔블던에서 그랬던 것처럼 드랍샷으로 조코비치의 노쇠함을 공략했습니다. 하지만 조코비치는 집중력을 발휘해서 서브 게임을 끝끝내 지켜냈고 타이브레이크 싸움에서 승리했습니다.
2세트에서는 한쪽이 수성하고 있다는 느낌이 없이 양쪽 다 치열했습니다. 오히려 조코비치가 브레이크를 성공시킬 수 있을 만한 게임도 있었죠. 재차 타이브레이크까지 갔고 결국 정교한 경기를 펼친 조코비치가 승리했습니다. 상대보다 적은 에러와 높은 서브 성공률을 통해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조코비치는 기쁨의 눈물을 펑펑 쏟아냈고, 알카라스도 눈물을 훔쳤습니다. 조코비치야 세르비아를 향한 애국심이 넘치는 걸로 유명하고, 알카라스 역시 올림픽 금메달이 최우선 목표라는 포부를 드러냈을 만큼 둘 다 간절했을 것입니다. 특히 조코비치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 기쁨이 배가 되었을 것입니다. 도쿄 올림픽에서의 실패를 완벽히 씻어내어서 의미가 크고요.
대진 상대도 흙신 나달, 클레이 코트에서 승률 7할이 넘는 치치파스, 이번에 동메달을 받은 무세티, 그리고 현재 정상에 있는 알카라스 등 난관이었는데 모두 무실세트로 뚫어냈습니다. 밥먹듯이 우승한 선수가 그렇게 눈물을 흘리고 가족과 코치진과 기쁨을 나누는 걸 보며 필자도 축하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는 누구보다도 금메달을 원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화제는 기념사진 촬영입니다. 시상식이 끝나고 메달리스트끼리 모여 사진을 찍는 게 문화가 되었죠. 정말 훈훈한 광경이고 보기 좋습니다. 다음 올림픽에서도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로써 노박 조코비치는 15개의 모든 빅 타이틀 대회를 제패했습니다. 그랜드슬램 4개 대회, 파이널스, ATP 마스터즈 9개 대회, 올림픽까지 하나도 빠뜨리지 않은 건 테니스 역사상 노박 조코비치 뿐입니다. 단언컨대 남녀 통틀어 역사상 이 정도의 테니스 선수가 없었습니다. 아직 살아있다는 걸 보여줬고 과연 20대 선수들과 언제까지 경쟁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힘들지만, 2년 ~ 3년 더 활약해서 타이틀을 몇 개 더 추가하기를 바랍니다.
오늘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안세영 선수가 허빙자오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4강에서 허빙자오가 마린의 기권패를 받아내어서 컨디션 면에서 안세영 선수가 불리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일방적인 승리를 받아냈습니다. 8강 야마구치전, 4강 툰중전과 다르게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아서 편하게 봤습니다. 시간대도 오후 6시에 시작해서 라이브로 볼 수 있었고 재밌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배드민턴 단식 금메달은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의 방수현 선수 이후 28년 만에 일어난 경사입니다. 그동안 복식이 주력이었는데 안세영 선수가 그 동안의 갈증을 완전히 해소해주어서 정말 기쁩니다. 열심히 응원했는데 안세영 선수가 멋진 경기력과 우승을 보여줘서 감사하기도 하고요. 우승이 확정된 이후 안세영 선수의 세레머니와 시상식도 보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안세영은 ‘핵폭탄‘ 발언으로 취재진을 놀라게 했다. 무릎 상태를 둘러싼 그간의 갈등과 서운함을 폭발시켰다. 그는 “지난해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부상 때문에 몸 상태가 잘 올라오지 않아 트레이너 선생님과 코치님과 싸우고, 울고, 짜증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그 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하다”면서도 “부상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그럼에도 내 무릎 상태를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게 실망을 많이 했다.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현재의 대표팀과는 계속 가기 힘들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작년 아시안게임 천위페이와의 경기에서 안세영 선수는 경기 도중 인대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입었죠. 혼신의 힘으로 이겨내고 우승했지만 안세영 선수는 오랜 기간 휴식하고 재활에 전념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투어 대회를 재개했죠. 정확한 날짜는 이렇습니다.
2023년 10월 7일: 아시안 게임 결승
2023년 11월 15일 ~ : Super 500 일본 마스터즈 참가(4경기 소화)
2023년 11월 21일 ~: Super 750 중국 마스터즈 참가(2경기 소화)
2023년 12월 13일 ~: 월드 투어 파이널 참가(4경기 소화)
2024년 1월 9일 ~: Super 1000 말레이시아 오픈 참가(5경기 소화)
2023년 10월 중순의 Super 750 덴마크 오픈만 스킵하고 바로 모든 대회를 소화했습니다. 안세영 선수는 아시안게임 때 단체전 일정도 3경기 소화해서 더욱 많은 휴식기간이 필요했습니다. 한 달 정도만 재활하고 바로 대회에 출전한 것입니다. 그것도 무슨 Super 1000이나 750급 대회도 아니고 무슨 Super 500 정도 대회를 무리하게 나갔어야 했는지...
예전 배드민턴협회는 한심한 행정 오류로 이용대 선수의 명예가 크게 훼손되게 만들고, 입맛대로 선수 선발을 하고, 선수들은 미리 이코노미석으로 인색하게 타고 갔는데 본인들은 편하게 비즈니스 타고 오는 인색한 태도 등 가관인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필자가 보름 전에 축구협회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지만, 우리나라 스포츠 협회나 연맹 등 각종 단체 중에 축구협회보다 일 잘하는 곳이 10곳 중 1곳 미만이라고 확신합니다. 농구협회, 빙상연맹, 배구협회도 살펴보면 '파파괴'인 부분이 많죠. 그 이하인 협회도 셀 수 없을 테고요. 구세대 지도자들은 눈앞의 성과에 급급하고 선수들의 몸상태나 처우 등에는 무관심한 경우가 한국 스포츠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소속 선수들이 잘하면 그 적폐 지도자들은 본인의 공로인 양 거들먹거리는... 아주 병폐 중의 병폐가 멀리있는 게 아니죠.
괜히 양궁협회와 정의선 회장이 칭찬받겠습니까. 파벌이나 인맥이 하나도 없고, 지원은 무제한이고, 전직 금메달리스트도 새로운 선수 선발에서는 다시 출발점에 서야 하는 공정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죠. 단순 군계일학를 넘어서 시궁창 더미 속에 혼자 보석처럼 밝게 빛나는 협회죠.
금메달로 행복을 누려야 할 시기에, 큰 마음 먹고 내부 현실을 알린 걸 보며 안세영 선수가 얼마나 어려운 환경에서 뛰었을까 안타깝습니다. 한편으로는 열악한 현실에서 세계선수권, 올림픽, 아시안게임 우승이라는 성과를 이룩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필자의 생각보다 안세영 선수는 용기있고 더욱 대단했습니다.
앞으로 배드민턴협회가 안세영 선수를 국가대표 선발 자격 등으로 협박하는 등 부조리하게 피해를 입힌다면, 필자는 배드민턴 포스팅을 더 이상 올리지 않겠습니다. 필자의 블로그의 배드민턴 카테고리를 삭제하고 그동안 쓴 배드민턴 글은 '스포츠 전반' 카테고리로 모두 옮기겠습니다. 다른 선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 선수들이 BWF 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내도 그러려니 할 것입니다. 차세대 GOAT가 될 수 있는 재능의 선수가 썩은 물이 끼어서 꽃이 피지 못한다면 정말 원통할 일입니다.
필자는 안세영 선수의 결정을 얼마든지 존중할 것입니다. 아시안게임 등 국가대표 출전 없이 BWF 월드 투어에만 올인해도 응원할 것이고, 협회의 위협 때문에 중국이나 일본 등으로 귀화해서 선수 생활을 지속해도 박수칠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안세영 선수는 지난 아시안게임과 이번 올림픽 우승으로 필자에게 많은 기쁨을 주었습니다.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에서 천멍이 쑨잉사를 꺾고 백투백 금메달을 차지했습니다. 이렇게 천멍은 덩야핑과 장이닝에 이어서 역사상 3번째로, 올림픽 여자 단식 2회 금메달을 달성했습니다. 비록 세계선수권 금메달이 없다는 약점이 있지만, 탁구 역사에 손꼽히는 선수 반열에 올랐습니다. 역대에서 넘사벽인 덩야핑과 장이닝, 그리고 올림픽 1회 + 세계선수권 3회 우승자인 왕난과 딩닝보다는 아래겠지만 리샤오샤보다는 위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탁구에서 올림픽은 명실공히 최고의 대회니까요.
반면 쑨잉사는... 참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네요. 올해 승률 90%에, 압도적인 랭킹 1위의 선수가 정배대로라면 최강자 계보를 이어가야 했었지만, 치명적인 패배로 족보가 완전히 꼬였습니다. 작년부터 올해 올림픽 결승 이전까지 천멍 상대로 8승 2패로 압도적이었고 무실세트로 올라와서 기대가 컸는데 안타깝게 되었습니다.
오늘 오후 9시 30분에 판젠동과 모어가드의 남자 단식 결승전이 있는데 꼭 봐야겠습니다. 3년 전 세계선수권 결승전의 재림이라서 기대가 됩니다. 설마 판젠동이 또 준우승하지는 않겠죠. 마룽 상대로 진거야 그렇다 쳐도 비중국인 선수에게까지 패배하지는 않겠지만, 마음 한편으로 혹시나 싶기도 합니다. 모어가드가 업셋을 일으킨다면 발트너 이후 32년 만에 스웨덴 선수의 우승이네요.
신유빈 선수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하야타 히나에게 2-4로 패배하면서 아쉽게 4위로 마무리했습니다. 서로 한 세트를 주고 받았고, 3세트에서는 9-6으로 리드했었는데 아쉽게 듀스 끝에 역전당한 게 뼈아팠습니다. 단식과 복식에서 메달 하나씩 땄으면 더 주목받았을텐데 아쉽네요. 그래도 신유빈 선수가 부디 이겨내고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했으면 좋겠습니다. 내일부터 탁구 남녀 단체전 경기가 있는데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안세영 선수와 야마구치 아카네의 대결은 과연 명불허전이었습니다. 1세트 ~ 2세트에서는 점수가 15-21, 21-17로 치열했고 1세트에는 야마구치가 안세영 선수의 셔틀콕의 아웃을 몇 번 만들어내는 전략적인 모습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3세트에서 지친 모습이 역력하면서 21-8로 압도했습니다.
배드민턴 남녀 단식 4강 대진은 이렇습니다.
쿤라붓 비티드산(태국) vs 리지지아(말레이시아)
락샤 센(인도) vs 빅터 악셀센(덴마크)
안세영(대한민국) vs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인도네시아)
카롤리나 마린(스페인) vs 허빙자오(중국)
남자 단식 8강 4경기 중 3경기에 BWF 랭킹 상으로 업셋이 벌어졌습니다. 특히 랭킹 비티드산이 랭킹 1위 스위치를 2-0으로, 점수를 2배 가까이 리드하며 압승한 게 충격적이네요. 비티드산과 리지지아의 대결은 도저히 판세를 예측하기가 어렵고, 아래쪽에서는 악셀센의 결승 진출이 유력해보입니다. 우승은 누가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긴 지난 도쿄 올림픽 때 모모타 켄토가 조별리그에서 탈락할 줄은 누가 알았겠습니까.
여자 단식도 천위페이가 허빙자오에게 패배하는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원래 여자 배드민턴 단식은 사진에 나오는 안세영 - 타이쯔닝 - 야마구치 - 천위페이 빅4 체제였는데 4강에서 안세영 선수 1명만 올라갔네요. 야마구치야 맞대결에서 승리했고, 남은 경기에서 타이쯔닝과 천위페이가 없는 건 안세영 선수에게 호재지만, 우승은 절대 장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안세영 선수는 툰중 상대로 상대전적 7승 0패를 유지중이지만, 방심하지 않고 날이 서 있는 경기력으로 무난하게 결승 진출을 달성할 것입니다. 우승은 기회가 오면 달려야 하고 반드시 잡아야 하는데, 허무하게 좌절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결승에서는 카롤리나 마린이나 허빙자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허빙자오가 올라온다면 올해 아시아선수권 8강에서 패배한 걸 되갚아줄 기회입니다. 마린은 현재 올림픽 1회 + 세계선수권 3회 우승자인 선수라 여자 배드민턴 역사에서 최상위권 레전드인데, 이번 올림픽까지 우승한다면 여자 배드민턴 GOAT로 불릴 수 있습니다. 물론 인도네시아의 수지 수산티의 투어 대회 실적이 정말 많아서 이견의 여지가 있겠지만요. 마린 정도 되는 선수의 GOAT 대관식을 저지하고 안세영 선수가 새로운 여제가 된다면 의미가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안세영 선수는 이제 두 경기만 남았습니다. 오늘 오후 3시 30분에 툰중과의 경기에서 새로운 레전드의 길이 통과되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