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 번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몇몇 팀스포츠 종목에서 시행되는 '샐러리 캡(Salary Cap)'이라는 규칙은 선수단 연봉 상한선을 말합니다. '캡', 즉 사람들 머리 위에 쓰는 모자처럼 리그의 모든 팀은 몸집을 아무리 불리려도 해도 일정한 모자 안에 갇히는 셈입니다.
일정한 상한선을 무조건 지켜야 하는 하드 캡은 공사장 헬멧이고, 넘는 걸 허용해주는 소프트 캡은 말랑말랑한 일반 모자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다만 샐러리캡 같은 상한선이 있다면 하한선도 있을 수 있겠죠. 샐러리 캡 시행으로 유명한 미국 스포츠는 연봉 상한선과 함께 연봉 하한선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구단주라면 리그 구단주라고 이름만 올리고 짠돌이 운영만 하지 않고, 매년 이 정도 금액은 마땅히 제출해야 한다'고 암묵적인 명시가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이를 일각에서는 샐러리 플로어(Salary Floor)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뒤집어서 생각하면 현금보유량이 많은 팀이 천년만년 독주하지 못하도록 하는 시스템도 동시에 갖추고 있고요. 아무튼 미국 스포츠 구단주들 중에는 몇 조원, 몇십 조원의 자산을 가진 경우가 있습니다.
https://namu.wiki/w/%EC%83%90%EB%9F%AC%EB%A6%AC%20%EC%BA%A1/NBA
우선 NBA가 있죠. 30개 모든 팀은 샐러리캡의 90%를 매년 지출하는 게 원칙입니다. 이번 시즌(2021-2022) 기준으로 112,414,000 달러가 기준입니다. 이 중 90%이니 적어도 101,172,600 달러는 선수단 봉급으로 책정해야 합니다. 만약 이보다 부족하다면 부족한 금액 만큼 선수들에게 배분됩니다. 위의 나무위키 링크를 참고하시면 아시겠지만 NBA에는 샐러리 캡과 사치세가 함께 있습니다. 돈을 너무 쓰면 막대한 사치세 지출과 함께 선수 영입에 제한이 붙습니다.
반면 MLB는 사치세 개념만 있고, 샐러리캡은 없습니다. MLB가 NBA와 구분되는 점은 연봉 하한선이 없다는 뜻입니다. NBA는 탱킹할 때 저효율을 내는 선수들에게 고비용을 맞추거나, '악성계약' 선수들을 받고 드래프트 픽을 받는 식으로 샐러리캡의 90%를 소진하기도 합니다. MLB는 돈을 마음대로 적게 쓰면서 탱킹이 가능합니다. 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고 팬들의 눈치를 봐야하니 아예 막나가는 짠돌이 운영은 할 수 없겠죠.
아무튼 대표적으로 휴스턴 애스트로스(사인 훔치기 짓을 벌인 건 둘째치고)가 돈을 적게 쓰면서 권토중래하다가 2010년대 중반부터 치고 올라오면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했죠. 물론 지역 미디어와 팬들의 눈치를 봐야 해서 완전히 마이너리그 급 선수들로만 구성하는 것도 원활하지 않겠지만, NBA에 비해 돈을 쓰는 게 자유롭습니다. 이번 노사 협상에서도 하한선, 최소 소진 금액 같은 건 양쪽 고려 대상에 없었고요. 단순히 사치세만 있는 MLB와 샐러리 캡까지 함께 있는 NBA와의 차이점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https://www.espn.com/nfl/story/_/id/33447764/nfl-informs-teams-2022-salary-cap-set-2082-million
NFL도 선수들 연봉을 일정 기준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샐러리 캡의 90%인 NBA와 같이 NFL는 90%를 채워야 합니다. 다음 시즌 기준으로 대략 187.4m를 써야 합니다.
리그 CBA 협상에 따라 하한선이 하드 캡의 87.6% -> 88.8% -> 90% 이렇게 맞춰졌습니다. 87.6%의 선이 그어진 연도는 2009년 이었고, 2011년 협상에서는 2013시즌부터 88.8%까지 샐러리를 채워야 한다는 조건이 들어갔습니다. 2021시즌부터는 90%가 되었고, 여기서 더 늘어날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같은 미국 스포츠라 NBA도 샐러리 캡 하한선이 점점 증가했습니다. 처음에 제도가 도입될 때는 75%였지만, 2011~2013 2시즌에 85%로 대폭 향상되었고, 그 다음 부터는 90%가 되었습니다.
NHL은 현재 81.5m가 샐러리 캡(하드 캡)으로 잡혀 있습니다. 2004년 시즌 시작 전에 도입되었는데 처음에는 최소 소진율이 55%로 NFL과 NBA에 비하면 아주 널널한 기준입니다. 그러다가 2010년대에 와서 상한선에서 16m를 뺀 걸 하한선으로 정했습니다.(바뀐 정확한 시즌은 찾기 힘드네요.) 예를 들어 2013-2014시즌은 64.3m가 상한선이고 48.3m가 하한선으로 잡혔던 것입니다.
그 뒤로 다시 변경되어 최소 소진율이 대략 73.9%로 재차 바뀌었습니다. 지난 시즌 81.5m 였는데 여기의 73.9%인 60.2m가 하한선으로 잡힌 것이죠. 결론적으로 미국 4대 스포츠에서 메이저리그를 제외한 다른 세 리그의 하한선은,
NFL = 하드 캡의 90%
NBA = 소프트 캡의 90%
NHL = 하드 캡의 73.9%
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확실히 NFL이 돈 쓰는 데 가장 엄격하고, NBA와 NHL은 하드 캡과 소프트 캡의 차이에 따라 관점이 갈릴 것입니다.
하한선이 가장 엄격한 리그는 찾아보니 AFL인 호주 풋볼 리그와 NRL(내셔널 럭비 리그)인 호주의 럭비 리그네요. 샐러리 캡의 95%나 됩니다. 구단주들에게 있어서는 쓰기 싫어도 매 시즌 일정 금액을 제출해야 하는 리그네요.
그 밖에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한국 KBL은 하한선이 70%였다가 몇 년 전 폐지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V리그는 하한선이 50%라 자유롭게 돈을 투자할 수 있습니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KBO 샐러리캡은 논의된 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하한선이 80% 이상으로 철저하다면 구단주가 긴축 운영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리그가 됩니다. 이러면 선수들 입장에서 계약 기회가 많아져서 연봉으로 인한 수입이 어느정도 보장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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