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4강 1경기 아르헨티나 vs 크로아티아
전반 25분 가까이 크로아티아가 판을 주도했습니다. 중원 싸움에서 아르헨티나를 압도했고, 덕분에 경기 전체 점유율이 61대 39로 크로아티아가 확실히 패스 면에서 앞섰죠. 그러나 정확한 공격을 펼치지 못했고 엔조의 킬 패스가 만들어낸 PK와 알바레스 역습에 완전히 당해서 순식간에 2:0이 되었습니다. 특히 알바레스는 POTM을 받은 메시보다도 잘했던게 멀티골에 PK 하나 만들었고, 전반전 우당탕탕 들어간 본인의 골은 본인이 하프라인에서 시작해서 직접 공을 몰고 들어갔죠.
2대0이 되니까 중원 싸움에서도 아르헨티나의 에너지가 살아났고, 크로아티아는 연속 승부차기로 인한 체력 소모인지 지친 모습이었습니다. 반면 엔조, 데파울은 아직 팔팔한 활동량을 보여줬고, 메시의 환상적인 어시스트로 3대0까지 벌어지자 경기가 터졌고 아르헨티나는 데파울과 알바레즈를 빼주면서 결승전을 대비할 수 있었습니다. 타글리아피코는 경기 전의 예상과 다르게 4개의 인터셉션과 왕성한 오버래핑 등 좋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크로아티아는 12개 슈팅 중 정작 유효슈팅은 2개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부실한 공격진과 힘이 빠진 수비진, 그리고 전반전에 운이 따라주지 않는 경기없습니다.
2. 4강 2경기 프랑스 vs 모로코
모로코는 마즈라위, 사이스 같은 부상당한 선수들이 출전해서 놀랐습니다. 하지만 전반의 이른 실점과 사이스의 부상으로 인한 교체로 시작부터 5백 플랜이 어긋났습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이 경기도 모로코가 위의 크로아티아처럼 점유율 61%였지만,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줄 공격력이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모로코가 졌잖싸 말은 충분히 들을 수 있는 경기였습니다.
프랑스는 태클 4개와 경합 87.5% 성공률을 보여준 테오의 왼쪽 라인 지배 + 드리블 6번 성공시킨 음바페의 뒷공간 침투 + 키패스 4개 등 공수겸장 살림꾼 그리즈만의 활약으로 무난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 외 바란, 추아메니 등 프랑스 대부분 선수들의 경기력도 훌륭했습니다. 진짜 11명이 뛰는 스포츠인 만큼 팀으로서 강하다는 건 프랑스를 보고 해야될 말인 듯 합니다.
3. 프랑스 vs 아르헨티나 대진 확정
60년 만에 월드컵 연속 우승팀 탄생 vs 20년 만에 남미팀 우승
단판전으로 진행되는 대회고, 4년 만에 열리는 대회라 팀 전력이 유지되기가 물음표인 게 월드컵이죠. 전 대회 우승팀인 1998년 프랑스부터 2014년 독일은 우승하고 그 다음 대회에서 대부분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습니다. 그나마 1986년 아르헨티나가 우승했지만 4년 뒤 준우승했고, 1994년 브라질이 우승했지만 1998년에는 결승에서 프랑스에게 졌죠. 펠레, 가린샤, 디디 등이 있던 브라질이 1958년 - 1962년 월드컵을 연속으로 제패한 후 월드컵을 연속으로 우승한 팀은 없었습니다. 프랑스가 디펜딩챔피언으로 이번에도 결승에 왔습니다.
아르헨티나는 2014년 ~ 2016년 3연속 준우승 이후 남미 예선에서도 탈락 위기를 겪는 등 엉망진창이었는데, 작년 대륙컵 우승과 월드컵 사우디전까지 2년 반 가까이 무패행진을 달리면서 천우신조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2014년 월드컵 준우승의 한을 풀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또 프랑스 상대로 이기면 지난 대회 16강전 패배를 설욕할 수도 있고요.
골든부츠(=득점왕) 경쟁도 흥미롭습니다. 현재 메시가 5골 3어시, 음바페가 5골 2어시로 메시가 반발짝 앞서있지만 어시까지 동률일 경우 출전시간 적은 음바페가 득점왕 확정이죠. 아니면 알바레즈나 지루가 4골로 둘다 공동 3위인데 결승에서 미쳐서 멀티골을 넣으면 혼돈으로 빠져듭니다.
그 밖에 골든볼 수상자도 관심거리인데 아르헨티나에서는 메시 외에 받을 선수가 없고, 프랑스에서는 웬만하면 음바페가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승에서 그리즈만이 조금이라도 음바페보다 나은 활약을 보여주면 이번 프랑스 우승 1등 공신도 그리즈만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결승전에서도 그리즈만이 POTM 따내면 음바페에게 스포트라이트가 가는 분위기도 혹시 또 반전될 수도 있고요.
4. 결승 예상: 프랑스 3:2로 우승
결승전 예상 포메이션
프랑스)
지루
음바페 - 그리즈만 - 뎀벨레
라비오 - 추아메니
테오 - 코나테 - 바란 - 쿤데
요리스
라비오가 4강에서 결장했는데 큰 문제가 아닌 이상 결승전에서는 나올 것이라고 보고, 4백 중 코나테냐 우파메카노인지 마음에 걸리는데 코나테가 모로코 전에서 걸출한 활약을 한 걸 보고 데샹이 계속 쓸 것 같습니다.
아르헨티나)
알바레스 - 메시
맥앨리스터 - 엔조 - 파레데스 - 데파울
아쿠냐 - 오타멘디 - 로메로 - 몰리나
에밀리아노
비슷하게 아르헨티나도 4강 라인업과 비교해서 아쿠냐가 다시 돌아오는 걸 빼면 딱히 변화가 없어 보입니다.
우승 예상팀 = 프랑스
우승하길 바라는 팀 = 아르헨티나
이렇게 되네요. 대회 시작 전 태극전사들 다음으로 브라질/아르헨티나를 응원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짜 브라질이 크로아티아전 실점 먹히는 걸 보고 실시간으로 "아 뭐하냐!"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승부차기 지고 네이마르 우는 걸 보고 정말 안쓰러웠고요. 네이마르 위상 상승도 물 건너간 이상 메시라도 우승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승팀은 프랑스로 예측합니다. 지루의 존재가 아르헨티나 센터백들에게 골칫거리 그 자체고, 예측 불가능한 그리즈만의 존재가 너무 큽니다. 그는 수비진이 위기일 때도 나타나는 홍길동 같은 존재죠. 그 밖에 수비, 중원, 공격진에서 아르헨티나가 앞서는 포지션이 딱히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나치게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아르헨티나 수비진이 만난 상대도 사우디 - 멕시코 - 폴란드 - 호주 - 네덜란드 - 크로아티아인데, 프랑스의 창은 저 팀들과는 격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르헨티나가 4강에서는 손쉬운 승리를 챙겼고, 하루 먼저 경기를 치렀다는 점은 호재입니다. 무기력한 패배는 없을 것으로 보고, 치열한 승부가 벌어지겠지만 최후에 웃는 팀은 탑독인 프랑스로 보입니다.
5. 리오넬 메시에게 바라는 점
그 때도 메시가 있었던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에는 누가 우승해도 신경 안 썼는데, 이번에는 메시의 아르헨티나가 우승하길 기대합니다. 우리시대 최고의 축구선수가 더욱 위대해지길 기대하고, 아르헨티나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 수십 년을 기다릴 것 같다는 예감이 들지만 프랑스는 당장 4년 후에도 충분히 우승 도전할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해서요.
축구는 11명이 하는 스포츠라, 우승컵의 가치가 그렇게 높지 않고 개인이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따지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축구에서 훗날 평가에 우승과 준우승의 차이는 아주 크죠. 요한 크루이프가 1974년 월드컵에서 우승했으면 마라도나보다 아래로 평가되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16년 코파 아메리카까지 계속 준우승할 때 메시가 국대에서도 나쁘지 않았지만 화룡점정의 면모가 아쉬웠습니다. MVP 받은 21년 코파 아메리카에서도 결승전 활약은 좀 기대이하였고요. 이번에 이왕이면 사람들이 축구의 신에게 기대하는 영웅의 활약을 결승전에서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메시는 100% 눈물을 흘릴 것입니다. 다시 반복된 통한의 준우승과 슬픔의 눈물일지, 35세 나이에 드디어 대관식을 이룩한 감격의 눈물일지...
부디 이 스토리가 후자로 마무리되기를 기도합니다.
카타르 월드컵 3위 결정전, 결승 일정(한국시간)
크로아티아 vs 모로코 : 12월 18일 일요일 오전 12시(토요일 -> 일요일로 넘어가는 시간)
프랑스 vs 아르헨티나: 12월 19일 월요일 오전 12시
'스포츠 > 축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축구 황제 펠레 82세의 나이로 서거 (2) | 2022.12.31 |
---|---|
[축구, 카타르 월드컵] 아르헨티나 우승과 역사에 남을 결승전 (메시 골든볼, 음바페 골든부츠) (0) | 2022.12.20 |
[축구, 카타르 월드컵] 간단한 8강 리뷰와 4강 대진(크로아티아 vs 아르헨티나 / 프랑스 vs 모로코) (2) | 2022.12.12 |
[카타르 월드컵] 확정된 8강 대진과 예측(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여러분 고생하셨습니다.) (2) | 2022.12.08 |
[카타르 월드컵] 준비된 한국 축구가 감동의 결실을 맺다 - 대한민국 16강 진출과 간단한 16강 예측 (2) | 2022.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