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ports.hankooki.com/lpage/mlb/202111/sp2021111908594295810.htm
이번 메이저리그 MVP는 그야말로 슈퍼스타들의 대관식이었습니다. 아메리칸리그에서는 오타니가, 내셔널리그에서는 하퍼가 수상했습니다. 우선 하퍼는 워싱턴 시절 MVP 경력도 있어서 서로 다른 두 팀에서 모두 MVP를 받은 선수가 되었습니다. 2개의 팀에서 MVP를 1회 이상씩 수상하는 건 60년대를 풍미한 레전드 프랭크 로빈슨 이후 45년 만입니다. MLB가 양대리그에서 MVP를 한 명 씩 뽑긴 합니다만 현역에서 푸홀스, 트라웃, 카브레라 밖에 없어서 다회 수상하기가 정말 어려운데 하퍼가 같은 반열에 올랐네요. 이로써 하퍼는 적당히 롱런만 한다면 추후에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MVP를 받는 순간에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감동적이었고요.
오타니는 만장일치 MVP에 성공하면서 2021시즌의 완벽한 주인공 임을 입증했습니다. MVP 말고도 각종 올해의 선수상을 휩쓸었습니다. 스포츠 시상식 중 하나인 ESPY 올해의 야구 선수상,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상, 7년 만에 수상자가 나온 커미셔너 올해의 선수상 등 메이저리그, 아니 올해의 미국 스포츠 넘버원이라고 칭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번 시즌 Fwar과 Bwar(팬그래프와 레퍼런스 war) 메이저리그 전체 1위입니다. 아쉽게 전반기에 유지하던 홈런왕, 장타율 1위는 유지하지 못했지만 이 정도만 해도 어마어마합니다. 이도류, 투타겸업이라는 야구에서 그 누구도 꿈꾸지 않은 길을 홀로 개척해나갔다는 점에서 야구사를 새로 썼습니다. 자신의 커리어를
오타니 쇼헤이 이번 시즌 기록
타자 ver 오타니: 155경기 타출장 .257 .372 .592, 홈런 46개, 도루 26개, 타점 100개, 득점 103개, 볼넷 96개, 고의사구 20개, OPS+ 158, WRC+ 152
Bwar 4.9, Fwar 5.1
투수 ver 오타니: 23경기 9승 2패 130.1이닝 156삼진 3.18ERA 141ERA+
Bwar 4.1, Fwar 3.0
Bwar 기준으로는 타자 ver 오타니와 투수 ver 오타니의 가치가 비슷합니다. 볼넷 100개 채우지 못한 게 살짝 아쉽네요. 아무튼 갑자기 올해 이렇게 철강왕 선수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다음 시즌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은 블루제이스의 로비 레이가 받았습니다. 레이는 리그 최다 삼진, 아메리칸리그 방어율 1위, 이닝 1위를 기록하며 대부분의 1위표를 받았습니다.
https://sports.v.daum.net/v/ksEgkTXWMb
논란이 된 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쪽입니다. 잭 휠러를 제치고 코빈 번스가 수상했죠. 가장 박빙의 경쟁이었고, 일단 슈어져에게 1위표 6장이 간 게 어이없지만... 이닝 가치에 대해서 말하고 싶습니다.
번스: 28경기 11승 5패 / 2.43ERA 176ERA+ / 167이닝 / 234삼진 / Bwar 5.6 / Fwar 7.5
휠러: 32경기 14승 10패 / 2.78ERA 150ERA+ / 213.1이닝 / 247삼진 / Bwar 7.8 / Fwar 7.3
필자의 경우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휠러가 받아야 했다고 생각하지만, 번스의 수상이 아예 강탈 수준은 아니다... 라고 의견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한 시즌 투수의 결과는 Bwar + Fwar 총합을 우선적으로 보고, 별 차이 없으면 방어율, 삼진, 이닝이 리그 몇 위인지를 보고, 그 밖에 다른 기록(피OPS 등, 이닝 당 삼진)을 참고하는 편입니다.
가장 큰 문제가 이닝이 46이닝이나 벌어졌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방어율이야 적은 이닝으로 관리되었더라도, FIP 전체 1위, 9이닝 당 삼진 전체 1위(12.6개) 같은 기록도 있고, 누적스탯인 Fwar도 전체 1위이죠. 선발투수의 이닝 소화가 갈수록 줄어들고, 경기 막판에 2이닝 정도 잡아줄 수 있는 파이어볼러 불펜 투수가 중요한 시대입니다.
선발투수가 오래 던지는 걸 막는 시대입니다. 5년으로 끊어서 비교해봤습니다.
2021시즌에는 20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가 4명이고, 18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가 20명입니다.
2016시즌에는 20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가 15명, 18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가 46명입니다.
2011시즌에는 22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가 11명, 20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가 39명입니다.
2006시즌에는 22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가 12명, 20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가 45명입니다.
2001시즌에는 22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가 21명, 20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가 45명입니다.
1996시즌에는 22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가 28명, 20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가 49명입니다.
현대야구에서도 이렇게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240이닝을 돌파한 선수가 한두 명은 있었고, 90년대 후반에 그런 이닝 이터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불가능의 영역이 되었습니다. 이러니 MVP를 뽑는 기자들이 이닝을 중요시하지 않게 된 것이죠.
물론 이닝이 줄어든 만큼 선발 투수들은 실점을 적게 주는 경기력을 보여줘야 하고, 옛날 선수들에 비해 방어율 면에서는 이득을 봤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현역 선수와 예전 선수를 비교할 때 타자들도 기록된 수비, 주루 지표가 달라 war 같은 걸로 완전히 비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투수들은 이닝이나 삼진 트렌드 때문에 더더욱 war로 비교하기 힘든 것 같습니다. 물론 동시대 선수들끼리 비교한다면 아주 유용한 잣대이지만요. 야구든 어느 스포츠든 평가기준을 한 가지로만 잡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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